정유사업 고꾸라진 에쓰오일, '50% 배당' 명성 막 내리나

에쓰오일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4492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29.8% 감소한 수치다. /더팩트 DB

"이익수준 등 고려해 배당성향 책정…추후 이사회 통해 결정될 것"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에쓰오일이 지난해 주력사업인 정유사업의 적자 전환으로 2년 연속 수익성이 악화됐다. 50%대 배당을 자랑하며 '고배당 기업'으로 불렸던 명성이 막을 내릴 위기에 놓였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영업이익을 잠정 집계한 결과 44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8% 줄었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매출은 24조3942억 원으로 2018년보다 4.2% 감소했으나 순이익은 865억 원으로 66.5% 급감했다.

주력사업인 정유부문에서 253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게 뼈아팠다. 모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의 전폭적인 사업 지원으로 석유화학부문이 2550억 원, 윤활기유부문이 219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정유부문의 적자를 어느정도 만회했지만 역시 각각 전년 대비 27.3%, 14.1% 감소한 결과다. 부진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최대 수요처인 중국이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자국 내 신규 정유설비를 대규모 가동하며 공급 대비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이는 정유업의 수익성 지표로 불리는 정제마진이 지난해 18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했고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됐다.

대폭 늘어난 차입금 비용도 에쓰오일을 압박하고 있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차입금은 약 7조5000억 원으로 2018년 말 6조5400억 원과 비교해 1조 원 가량 증가했다. 국내 석유화학 프로젝트 중 역대 최대 금액인 총 12조 원 대의 울산 석유화학설비 투자를 위해 차입금을 대폭 늘린 게 원인이다. 석유화학설비가 수익성을 내기 시작했으나 당장 차입금 규모는 급격하게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해 6월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대표이사가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울산 석유화학 프로젝트 준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에 일각에서는 과거 50%를 넘긴 배당성향을 유지하며 명성을 떨친 에쓰오일의 높은 배당성향은 올해 실현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구나 지난해 실적은 배당이 크게 떨어진 2018년보다 감소한 상황이라 30% 배당도 위태롭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에쓰오일은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7219억 원(59.89%), 6870억 원(55.11%)의 배당을 실시하며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했으나 실적이 떨어진 2018년에는 874억 원 배당에 그쳤다. 실적이 떨어졌기 때문에 불가피한 결정이었으나 배당성향이 33.9%로 급격히 낮아지면서 시장에 의문섞인 시선을 낳았다. 배당성향 30%대는 당시 상장사 평균 보다는 높은 수치였지만 2017년 주당 5900원에서 2018년 750원으로 감소한 배당에 일부 주주들은 '배당 쇼크'라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배당성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해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에 당분간 부채상환에 주력하면서도 시장 상황을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해 적자 전환된 정유부문은 미중 무역 분쟁 완화와 IMO2020 시행 등에 따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에쓰오일의 올해 배당성향은 3월께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올해는 석유화학과 윤활기유에서 견조한 실적을 이었고 미중 무역 분쟁 완화와 IMO2020 시행 등에 따라 정유 부문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배당의 경우 실적에 따른 이익수준이나 투자 정도, 재무건전성 등에 따라 배당금이 책정된다. 추후 이사회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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