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대외 불확실성 털고 '고속 질주' 할까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가 대내외적으로 산재해 있던 '불확실성' 해소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1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와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제기된 관세 면제 가능성에 예의주시하면서 동향을 살피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5일 불룸버그, 로이터통신 등은 미국 정부 고위 관리 및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할 행정명령안의 내용 등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최장 6개월 미루고 한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징벌적 관세에서 면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중국과 더불어 글로벌 최대 완성차 시장으로 여겨지는 미국의 '관세 폭탄' 리스크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특히,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가장 큰 피해가 점쳐지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지난 2월 미국 출장길에 오르는 등 전사적 차원으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해 왔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 상무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관세를 부과하면, 수익성 악화로 현지 공장을 비롯해 미국 전역에 있는 800여 개 대리점에서 고용축소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기준 전체 미국 판매 물량 127만 대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58만 대를 국내 공장에서 생산, 현지로 수출했다.
업계에서는 만일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 할경우 회사가 입게 될 손실 규모는 2조5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 등 공격적인 신차 출시로 지닌달 미국 시장에서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점유율인 8.2%를 기록, 현지 실적 반등에 신호탄을 쏜 현대기아차로서는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로 실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미국의 관세 부과 리스크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가까스로 11개월여 동안 발목을 잡았던 노조와 갈등을 해소하는 데 성공한 르노삼성의 상황 역시 만만치 않다. 르노삼성 노사는 전날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외주분사 및 배치전환 규정을 '노사 간 협의'에서 '합의'로 바꾸는 문제 등을 두고 회사 측과 마찰을 빚어 온 르노삼성노조가 이번 합의안 도출 전까지 단행한 부분파업 횟수는 62차례,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 규모는 업계 추산 3000억 원에 달한다.
노조 측의 파업 장기화로 부산공장에서 생산, 미국에 수출하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물량이 이미 연 10만 대에서 6만 대로 줄어든 상황에서 25%에 달하는 세금 부담은 르노삼성에 공장의 존폐 자체를 위협할 만한 위험 요소로 꼽혀왔다.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결정까지 6개월의 시간을 벌게 된 국내 완성차 업계는 현지에서 전해진 낭보에 한숨을 돌리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 문제는 각 업체들의 자구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최종 결정할 때까지 '6개월'이라는 물리적 시간을 벌었다는 자체만으로도 급한 불을 끈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경색 국면에 접어든 미중 양국 관계 등 그간 그가 국제무대에서 보여준 행보를 보면 혹시 모를 변수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 신흥국의 경제 위기, 환율 이슈에 이르기까지 국내 완성차 업계는 그 어느 때 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위협은 업체를 막론하고 가장 우려하는 리스크다"며 "최상의 시나리오는 글로벌 시장에서 최대 경쟁 상대로 꼽히는 일본과 독일 완성차 브랜드에 한해 미국 정부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관세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게 최우선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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