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커지는' 신동빈 회장 '빈자리', 막바지 향하는 재판 결과 촉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29일 결심공판을 남긴 채 막바지로 향해가는 가운데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신동빈 회장이 지난달 11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8차 공판에 출석한 모습. /임세준 기자

신동빈 롯데 회장 부재 반년, 비상경영체제 현상유지 그쳐…신사업 올스톱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월 실형을 선고 받고 구속 수감 중인 가운데 막바지로 향해가는 2심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올해 2월 13일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했던 국내 9개 대기업 총수 중 구속 수감 중인 사람은 현재 신 회장이 유일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바 있다.

22일 법조계와 롯데 등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항소심 재판은 29일 결심공판만을 남겨두고 있다.

재판의 쟁점은 제3자 뇌물공여와 관련한 묵시적 청탁과 대가성 인식 여부다. 검찰은 K스포츠재단에 롯데가 건넨 70억 원을 모두 뇌물로 판단하고 신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1심과 마찬가지로 묵시적 청탁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롯데 측은 박 전 대통령과 독대 후 지원금을 낸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부각하며, 70억 원은 뇌물이 아니라 정부에 의해 강요된 '준조세성' 출연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번 항소심 재판의 결과는 오는 29일 결심공판을 끝으로 신 회장의 구속 시한(10월 12일) 전인 다음 달 말이나 10월 초쯤 나올 전망이다.

신 회장의 부재가 반년 넘게 이어지면서 재계 5위 롯데의 경영 공백 위기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룹 '2인자'인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비상경영체제를 움직이며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그동안 신 회장이 해외사업 등 굵직한 현안을 직접 챙기며 주요 사업의 방향을 결정해온 만큼 빈자리 메우기는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롯데그룹의 올 상반기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5%가량 줄어들어 30대 기업 가운데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삼성‧현대차‧LG‧SK‧한화‧신세계 등 주요 그룹이 모두 합해 333조 원에 이르는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힌 가운데 롯데는 아직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을 결정하지 못했다. 당장 하반기 채용규모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롯데그룹은 고용계획에 대해서는 지난해 8월 이미 향후 5개년 신규 채용 및 비정규직 전환 계획을 세운 상태다. 2021년까지 5년 간 7만 명을 신규채용하고 2019년까지 1만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총수 부재 사태와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유통업 분야의 악재가 맞물리면서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게다가 백화점‧대형마트는 성장 둔화와 정부 유통업 규제 강화로 인해 신규 출점 속도가 더디다.

신동빈 롯데 회장 항소심 재판 결과에 월드타워 면세점 직원들의 일자리가 달려 있다. 관세청은 신 회장 항소심 재판 결과에 따라 월드타워점 사업권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더팩트 DB

기존 대규모 점포를 유지하기도 버거워졌다. 특히 이번 재판 결과에 월드타워 면세점 직원들의 일자리가 달려 있다. 관세청은 신 회장 항소심 재판 결과에 따라 월드타워점 사업권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고 공언해왔다. 관세법에 따르면 특허신청 업체가 거짓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특허취소를 하도록 돼 있다.

신 회장이 22일 결심공판 전 마지막 재판에서 "다시 한번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앞서 지난 17일 열린 공판에서 "재판 결과에 따라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스러운 말을 들었다"며 "2000여 명이 넘는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재 롯데그룹은 황각규 부회장 중심의 비상경영체제를 구축하고 각 사업부문(BU)장들이 주요 현안을 챙기고 있다. 그러나 신 회장 경영 복귀 이전까지는 현상유지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인건비 상승, 급변하는 경영 환경 등 갈수록 어려워지는 대내외적인 환경 속에서 비상경영체제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 신성장동력인 온라인사업 확대와 관련해 이달 초 롯데쇼핑 내 '이커머스 사업본부' 출범과 3조 원 투자 방침을 공표한 것도 이미 신 회장 구속 전에 결정됐던 사안이다. 새로이 부각되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체제가 굵직한 현안을 막힘없이 해소하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나 고용 계획 등 미래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총수 공백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규모 투자나 해외 신사업 표류에 따른 악영향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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