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4세 경영 초읽기…29일 임시 주총 개최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LG 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LG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구광모 호(號)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재계는 구광모 체제에서 일어날 LG그룹 내 변화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 4세 경영 체제 본격화…LG그룹 변화 직면
28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오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구광모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건을 처리한다. 사실상 LG그룹의 '4세 경영'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등기이사로 선임된 구광모 상무는 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정식 멤버로 참여해 그룹 주요 현안을 직접 챙기며 경영을 이끌 예정이다.
LG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는 것은 23년 만이다. 지난달 별세한 고(故) 구본무 회장은 1995년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LG그룹의 철저한 장자 승계 원칙은 '4세 경영'에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당장 일어날 변화는 구광모 상무의 직책이다. LG는 주총 직후 이사회를 통해 구광모 상무의 직책을 결정한다. 예상 직책은 사장·부회장·회장 등 다양하게 거론된다. 구광모 상무의 젊은 나이(40세)를 고려해 사장부터 단계적으로 승진 코스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부터 그룹 수장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최소 부회장 직급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구광모 상무의 그룹 내 위치 외에는 '4세 경영 시동'이 가져올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기존 6명의 전문경영진이 구광모 상무를 보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하현회 부회장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룹 지주사 대표이사로서 구광모 상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경영 체제 안착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현회 부회장은 다른 임원들과 달리 구본무 회장의 빈소가 차려지기 전부터 장례식장에 도착해 유족들과 함께 자리를 지켰다. 조문을 마친 정·재계 인사를 LG가(家)를 대신해 끝까지 챙기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도 당장 결정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승계가 시작되면 선대의 형제는 모두 경영에서 물러난다는 그룹 내부 전통에 따라 '후퇴'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곧바로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본준 부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건강 악화 이후 사실상 그룹 경영을 도맡아왔다. 재계는 구본준 부회장이 계열사를 떼 '딴 살림'을 차리는 '계열분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어떤 계열사를 어떤 방식으로 분리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를 위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LG그룹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 구광모 상무 행보에 쏠리는 관심
그룹 수장이 된 구광모 상무는 기존 전문경영인들과 함께 전자·화학·통신 등 주력 사업의 내실을 다질 전망이다. 체제 안정 이후에는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구광모 상무의 어깨가 그 어떤 후계자보다 무거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력 사업이 성장 한계에 진입해 성장 동력을 반드시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구본준 부회장 역시 LG그룹 계열사에 '위기론'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시장 개척'을 주문하기도 했다.
LG는 구광모 체제로의 전환에 맞춰 미래 먹거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전장 등이 핵심 성장 사업이다. LG전자는 지난 1년 동안 AI·로봇 관련 업체에 7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 전장 사업 강화를 위해 오스트리아 전장 업체 ZKW를 인수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상무는 신사업을 관할하는 조직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고, IT 등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새로운 경영 체제가 안정화되면 구광모 상무는 자신을 상징할 수 있는 신사업을 찾아 육성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LG 주주총회에서는 구광모 상무 등기이사로 선임 건 외에도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다뤄진다. 이를 놓고 AI·로봇 사업에 힘을 실기 위해 신성장 동력 발굴 경험이 있는 인물을 영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