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에 고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세아제강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일각에서는 회사 존폐 위기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2018년 정기임원 인사를 통해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이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 부사장은 이순형 현 회장 장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무역확정법 232조는 당장 이달 23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 의존도가 높은 강관(강철 파이프) 업체인 세아제강이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세아제강은 대미수출 비중이 약 71%에 달한다. 세아제강은 지난해 전체 수출 70만 톤 가운데 50만 톤을 미국 시장에 의존했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폭탄' 조치로 기존 관세(2.3%~6.66%)에 25% 관세가 추가되면 미국 수출을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회사 존폐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4대 철강사(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가운데 유일하게 세아제강이 미국 수출 비중이 높다. 상대적으로 미국 의존도가 낮은 나머지 업체들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겠지만 세아제강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아제강은 3세 경영을 본격화하자마자 '고관세 직격탄'을 맞게 됐다. '세아가(家) 3세'는 2018년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모두 부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고(故) 이운형 전 회장 장남 이태성 부사장은 지주사 세아홀딩스, 이순형 현 회장 장남 이주성 부사장은 모기업 세아제강에서 세력을 확장했다. 업계 안팎에선 세아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고 분석했다.
세아제강은 이주성 부사장을 앞세워 무술년을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미국 관세 폭탄'에 휘청이게 됐다. 정부가 미국 측과 적극 협상에 나서겠다며 지원 사격 하고 있지만 세아제강 자체적으로도 대처 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결국 경영 전면에 나선 이주성 부사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이번 무역확장법 발표 이전부터 다양한 예상이 많았다. 내부적으론 여러 상황에 맞는 대안을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어떤 대안을 준비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25% 관세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는 이미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관련법이 23일부터 발효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나마 '제외 국가'나 '제외 품목'에 대한 얘기가 나와 정부측 협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세아제강은 15일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제3차 협상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철강 관세 부과에 대해 '한국 제외 또는 한국산 특정품목 예외'를 두고 미국 정부와 협상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의 232조 조치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수입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치라고 평가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백 장관은 또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 경감 또는 면제를 위해 미국 정부와 협의해 나갈 것" 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