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갤럭시S9'은 비주얼 세대 위한 스마트폰"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전자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9'이 시장 정체를 뚫고 또 한 번의 흥행 신화를 쓸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26일 오전 2시(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피라 바르셀로나 몬주익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18'을 열고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9'과 '갤럭시S9플러스'를 공개했다. 미드나잇 블랙·타이타늄 그레이·코랄 블루·라일락 퍼플 등 총 4가지 색상으로 구성된 신제품은 다음 달 16일부터 전 세계에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갤럭시S9'은 공개 전부터 향상된 카메라 기능으로 주목받았다. 삼성전자가 티저 영상과 언팩 초청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카메라 기능이 대폭 향상될 것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실제 뚜껑을 열자 예상대로였다. '갤럭시S9'은 카메라 성능 향상에 방점을 찍은 제품이었다. 이날 언팩 행사에서도 '갤럭시S9'의 카메라 성능이 가장 먼저 소개됐다.
'갤럭시S9' 후면에는 손떨림방지(OIS) 기능이 적용된 1200만 화소 싱글 카메라가 탑재됐다. '갤럭시S8플러스'에는 카메라 2대로 구성된 1200만 화소 듀얼 카메라가 장착됐다. 800만 화소의 전면 카메라는 3D 안면인식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카메라의 단순 성능이 향상됐을 뿐 아니라 '초고속 카메라(슈퍼 슬로우 모션)'와 같은 특화 기능이 탑재됐다. '갤럭시S9'은 피사체의 움직임을 인식해 '슈퍼 슬로우 모션'으로 촬영해준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촬영이 거의 불가능한 나비가 날아가는 순간, 물풍선이 터지는 순간 등을 촬영할 수 있다. 한 번의 동영상 촬영 중 최대 20개 구간의 '슈퍼 슬로우 모션' 촬영이 가능하다.
'슈퍼 슬로우 모션'과 함께 증강현실(AR) 기술이 적용된 '이모지(이모티콘)'도 차별화 포인트다. 'AR 이모지'로 불리는 이 기능은 눈·코·입 등 얼굴 특징을 분석해 고객과 닮은 이모지를 제공한다. 고객은 셀피를 촬영하기만 하면 특별한 이모지를 얻을 수 있다. 자동으로 18개 다양한 감정 표현이 가능한 이모지 스티커를 만들거나 이모지로 동영상을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신제품에 카메라 촬영과 관련된 신기능을 대거 적용한 이유는 점차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말이나 글보다는 동영상과 이모지 등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갤럭시 언팩' 무대에 올라 '갤럭시S9'을 소개한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장(사장)은 "'갤럭시S9'은 비주얼로 메시지와 감정을 공유하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사용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은 모바일 메신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 온라인 소통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브랜드와치, 워드스톰 등 SNS 조사에 따르면 하루 페이스북 시청 동영상은 80억개, 인스타그램 업로드 사진은 9500만개에 이른다. 또 하루에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50억개의 이모지가, 움짤(움직이는 사진) 공유 플랫폼 지피를 통해 10억개의 움짤이 공유되고 있다.
'슈퍼 슬로우 모션'과 'AR 이모지'는 이런 소통 트렌드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승부수다. '갤럭시S9'은 외관이 전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러한 카메라 기반 신기능들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고객의 선택만 남았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갤럭시S9'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꺾인 시점에서 등장하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4억800만대로 전년 대비 5.6% 감소했다. 가트너 조사 기준으로 지난 2004년 이후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 정체와 함께 화웨이·ZTE·샤오미 등 중국 업체의 추격이 매서운 것도 삼성전자 입장에서 부담이다.
하지만 '갤럭시S9' 흥행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데다 당분간 위협적인 경쟁작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갤럭시S9'은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 수습 차원에서 출시가 연기된 전작 '갤럭시S8'(4월 21일 출시)보다 한 달가량 먼저 시장에 풀린다. LG전자 상반기 신제품 'G7' 출시 계획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애플 '아이폰X(텐)'은 흥행 부진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갤럭시S7' 고객들의 약정 만료에 따른 교체 주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흥행 기대감을 높인다. '갤럭시S9'이 '갤럭시S7' 교체 수요를 그대로 흡수해 흥행을 거둘 것이라는 설명이다. '갤럭시S7'은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제품으로, 출시 첫해에만 5000만대가량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흥행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신기록 경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업계는 '갤럭시S9'의 예약 판매 성적과 1000만대 돌파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갤럭시S8'의 경우 11일 동안 진행된 예약 판매에서 100만4000대가 접수됐고, 출시 3주 만에 전 세계 출하량 1000만대를 넘어섰다. 특히 국내 개통 첫날에만 약 26만대가 개통되는 판매고를 올리며 국내 휴대전화 시장 역사를 다시 쓰기도 했다.
흥행 관건 중 하나로는 가격이 꼽힌다. 이날 삼성전자는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는 '갤럭시S9'이 예상과 달리 100만 원대가 아닌 95만 원대(64GB 모델 기준)에 판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갤럭시S9플러스'는 105만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갤럭시S9'의 국내 예약 판매는 이달 28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사전 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선개통은 다음 달 9일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