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공백 끝' 삼성전자, 신사업 관련 인수합병 등 과제 산적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53일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지난 5일 자유의 몸이 됐다. 아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몸을 추스른 뒤 곧바로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커 '총수 공백'으로 사실상 제자리였던 삼성의 '경영 시계'가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총수 공백'으로 인한 내부 불확실성을 떨쳐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39조5800억 원, 영업이익 53조65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축포를 쏘지 못했다. 총수 공백이 곧 미래 전략 공백이라는 위기감으로 다가온 탓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오랜 와병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감까지 겹치면서 미래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수감 이후 전문경영진 체제를 강화해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도 줄곧 "총수 부재 속에 큰 규모의 인수합병 등 미래를 준비하기 어렵다"며 지속 성장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하만과 같은 대규모 인수합병은 한 차례도 없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입장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은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등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사물인터넷·자율주행차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신사업 투자와 관련해 '통 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복귀하면 삼성전자에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전략사업의 성장을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자동차 전장부품과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대형 인수합병이 추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요 외신들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삼성전자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넘어 신영역을 개척하려는 삼성이 이번 일로 경영권 공백을 메울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복귀 이후 '그룹 후계자'라는 이미지를 벗고 삼성전자 중심으로 활동, 경영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법정에서 자신이 '그룹'이 아닌 '삼성전자' 소속임을 강조했다. 또 "이건희 회장이 그룹의 마지막 회장이라 생각했었다"며 "확정할 수 없지만 앞으로 삼성그룹에 회장 타이틀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경영권 승계'와 '뇌물'을 연결하려는 특검 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취지의 발언이었지만, 복귀 이후 그룹이 아닌 삼성전자 중심의 경영 행보를 보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을 수 있는 대목이다.
구체적인 '복귀 시점'을 놓고는 관측이 엇갈린다. 굵직한 경영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조만간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삼성 측과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한 특별검사팀 모두 2심 선고 후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현재까지 이재용 부회장의 공식 행보는 없다. 석방 직후 이건희 회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을 들르는 등 개인 일정을 소화한 뒤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주요 경영진과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회사에는 출근하지 않았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초청 최고경영자(CEO) 조찬 강연'에 참석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도 "스피드 경영을 위해 조금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할 뿐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재용 부회장의 첫 공식 행보로는 오는 9일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이 거론된다. 평창올림픽 무선통신 분야 공식 파트너인 삼성은 앞서 이건희 회장을 필두로 올림픽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 행보와 관련해 삼성 관계자는 "아직 알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