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 '또' 경제사절단 제외, 사실상 교체 수순?

대한상공회의소가 11일 발표한 방중 경제인단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가운데 포스코에선 권오준 회장 대신 오인환 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업계 안팎에선 미운털(?)이 박힌 권 회장의 입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팩트 DB

권오준 포스코 회장, 문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 세 차례 연속 제외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역대 순방 최대 규모에도 그의 이름은 없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3~16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함께 하는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앞서 미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이번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지 못하자 일부에선 '불신임 신호' 단계를 지나 '수장 교체'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는 권 회장이 아닌 오인환 사장이 참석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1일 발표한 방중 경제사절단은 역대 최대 규모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구자열 LS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등 대기업 35개사를 포함해 총 260여 개사가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이번 중국 경제사절단은 역대 가장 큰 규모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방문한 미국은 52명, 두 번째 방문지인 인도네시아는 87명이 동행했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방중 경제인단은 156명이었다.

대부분 주요 대기업에선 고령, 건강 악화, 개인일정 등 미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총수들이 직접 중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포스코에선 오인환 사장이 권오준 회장을 대신하게 됐다.

지난 6월과 11월 미국, 인도네시아 경제인단에 권오준 회장이 연이어 제외되자 업계에서는 "이번 문 대통령 방중 일정에도 (권 회장이)참여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포스코 수장을 교체하려는 BH(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무혐의 결론이 났지만, 업계 안팎에선 지난 2014년 대표이사 회장 취임 당시 정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뒷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권오준 회장은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눈엣가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선 이번 중국 순방길에 포스코가 권 회장의 세번 연속 탈락의 직접적 파장을 우려해 다른 인사를 신청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포스코 측은 항간에 떠도는 정권과 불화에 대해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더팩트 DB

복수 재계 관계자들은 권오준 회장의 이번 방중 경제사절단 제외에 대해 '(권 회장의)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문제라 뭐라 말하지 못하겠다"라면서 "(대외적으로)언급하지 못하는 이야기(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구체적인 표현은 피했지만, 이번 중국 경제사절단 명단에 현 정부와 권 회장의 보이지 않은 '냉각기류'가 작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몇몇 업계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사실상 교체 신호인 것 같다", "내부 사정을 잘 알진 못하지만, 좋지 않은 상황으로 보여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포스코인데 수장이 직접 중국에 가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권오준 회장의 경제인단 제외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 측은 "상황에 맞게 대처한 것이다"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12일 <더팩트>와 전화통화에서 "중국 경제인단 신청 자체를 오인환 사장으로 했다. 오 사장이 과거 중국 법인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현지 사정에 밝다. 순방 기간엔 중국 철강 관계자들과 면담 일정도 잡혀있다"고 밝혔다.

중국법인장 경력이 있는 오 사장이 상대적으로 현지 네트워크가 약한 권 회장보다 경제인단 더 적합한 인물이라는 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이번 명단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 떠도는 추측에 대해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필요한 곳에 적절한 인원 배치를 한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실무자 측면에서 오 사장이 중국에 간 것이다"며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강조했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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