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변동진 기자] 사회관계망 블로그 서비스 '텀블러(Tumblr)'에 공유되는 음란물이 도를 넘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최대의 불법 음란물 유통 사이트인 '소라넷'의 후속 판이란 지적도 나온다. 특히 강간 모의, 집단, 관전 등 각종 성관계의 대상자에 자신의 부인과 애인, 동생까지 포함된 경악할 실체가 드러났다.
6일 <더팩트> 취재진이 직접 '텀블러(Tumblr)'를 이용한 결과, 몇 가지 키워드만 입력하면 각종 음란물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텀블러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일반 블로그'의 중간 형태로, 이용자의 취향에 따라 블로그로 사용하거나 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처럼 SNS로 사용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비롯해 멋진 사진이나 동영상, 일상 등을 공유한다. 이용자 수는 전 세계 약 1억1700만 명 이상(모바일 이용자는 1200만 명)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일각에서 텀블러를 음란물 유통창구로 변질시킨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텀블러 상 '초대'라는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초대 "00일 가능하신 분?"…지인·애인·남편·가족 등 성관계 권유 대상자로 전락
'초대'는 SNS 상 '은밀한 만남'을 뜻하는 은어다. 텀블러에서는 블로그 주인이 자신의 지인이나 애인, 심지어 부인, 남편 등과의 '성관계'를 대중에게 권유하는 것을 뜻한다. 즉석 만남, 스와핑(두 쌍 이상의 부부가 배우자를 바꿔 가며 성행위를 하는 속어) 등의 방식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텀블러에는 이런 방식으로 성관계를 했다는 이용자들의 영상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불법적 운영행태는 사실상 지난해 4월 사라진 '소라넷'과 유사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취재진은 불법적 운영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텀블러를 직접 확인해봤다. 우선 키워드 '커플'로 검색했다. 그러자 수십개의 블로그가 줄지어 나왔다. 검색창에는 해당 블로그를 소개하는 메인 사진과 동영상이 신체 특정부위로 돼 있는 경우가 많아 '불법 운영 블로그'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취재진은 '**커플'이라는 블로그에 들어가봤다. 첫 게시물은 "24~25일 초대한다. (자신에 대한) 소개글과 메시지를 주면 한 분 뽑겠다"는 글이 작성돼 있었다.
이 같은 글에 222개의 좋아요, 6개의 리블로그(공유)가 됐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댓글이 달렸다. 아이디 vjdv****은 "오일 맛사지를 하고 있다. 꼭 (성)관계가 목적이 아니라 좋은 분들과 좋은 시간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매너로 두 분을 배려하며 진행하고 있다. 경험은 충분히 있다"면서 자신의 라인과 텔레그램 아이디를 함께 적었다.
또 syne**** 이용자는 "24~25일 언제든 갈 수 있다"면서 거주지와 나이, 지금까지 여러 사람과 동시에 성관계를 맺은 횟수까지 밝혔다. 심지어 개인 '휴대전화 번호'와 라인 아이디까지 공개했다. 일부는 자신의 특정 부위 크기를 밝히며 초대를 구걸하기도 했다.
◆"미성년 제 친여동생 만나시면 하세요"…강간 모의
뿐만 아니라 최근 이용자 A씨는 "OO중학교의 OOO다. 본인 동생을 제보한다"면서 미성년자로 보이는 여성의 알몸 사진을 여러 장 올렸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강간)했다"며 "댓글 남기면 개인마다 1:1 채팅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자신의 부인을 초대남과 연결하기 위해 1년 동안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내용도 게재했다. 그러면서 해당 여성의 특정 신체가 노출된 사진을 첨부했다.
텀블러의 여러 문제 중 하나는 쉬운 접근성이다. 특히 미성년이라고 하더라도 이렇다 할 제한 없이 텀블러에 쉽게 가입할 수 있다.
모바일 기준 가입 절차는 텀플러 애플리케이션(앱)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실행한면 첫 화면 하단에 뜨는 '시작하기'를 클릭한다. 이후 이메일과 비밀번호, 사용자 이름(아이디)만 중복되지 않게 기입하면 됐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서 나이만 적시하면 곧바로 활동할 수 있다. 나이의 경우 실제와 다르게 입력하더라도 무관하다.
연관 검색어까지 줄지어 나오기 때문에 이용자가 입력한 검색어를 사이트 측에서 차단했더라도 유사한 음란 블로그에 도달할 수 있다. 과거 부모님이 집을 비울 때 친구들과 야한 동영상을 보던 시절과 비교하면 손가락 클릭 몇 번으로 실제 성관계까지 가능하게 된 셈이다.
◆정부와 수사 당국, '제2의 소라넷' 텀블러 방관…이유는?
텀블러 약관에는 "미성년자와 관련해 성적 또는 폭력적인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은 올리지 말라"고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수사 당국은 어째서 이를 방관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회사 측의 거절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해 8월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텀블러는 거절했다.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이란 네이버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국내·외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는 제도로, 방심위가 도박을 비롯한 마약, 아동포르노, 성매매·음란, 자살 등 불법정보에 대해 삭제, 계정 정지 등을 사업자에 요청하면 관련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텀블러는 "한국의 사법관할권이나 법률적용을 받지 않는 미국 회사"라면서 "성인 지향 내용을 포함해 폭넓은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서비스다. 신고된 내용을 검토했으나 우리 정책을 위반하지 않으므로 현재로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