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학습 효과' 문재인 정부 '재난 대처법'

문재인 대통령은 재난 발생 때마다 선봉장으로 나서며 적극적인 수습에 나서고 있다. 4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이 전날 발생한 인천 낚싯배 사고와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마지막 한 명까지 생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를 보고받은 뒤 박경민 해경청장에게 내린 지시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수습에 이르기까지 문 대통령은 선봉장으로서 재난 상황을 진두지휘했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낚싯배 사고'뿐만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재난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분' 단위로 구조 상황을 공개하고, 후속 조치에도 적극적이란 평가다. 이는 박근혜 정부 당시 '늑장 대응'으로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를 반면교사 삼으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자연스레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재난 대처 방식'도 계속 도마에 오른다.

대표적인 게 지난 11월 15일 발생한 5.5 규모의 ① 경북 포항 지진 사태다. 1년여 전인 2016년 9월 12일엔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했다. 규모 면에선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진 발생 직후 대통령에게 보고된 시점과 후속 조치 등에서 차이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오후 경북 포항 지진 피해 이재민이 입주한 LH입주주택을 방문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진 발생 다음 날(9월 13일)에서야 지진을 화두로 꺼냈다. 예정돼 있던 국무회의에서 딱 1분 30초만 지진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를 찾은 건 지진 발생 8일 후였다. 긴급재난문자는 지진 발생 후 9분이 지나서야 발송됐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아 3개국 순방에서 돌아온 전용기에서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로부터 포항 지진 상황을 보고받자마자, 관련 회의를 소집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어 상황을 점검했다. 긴급재난문자는 단 1분 만에 울렸다.

또 수험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11월 16일 예정된 201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일주일 연기(11월 23일)'란 파격 결정을 해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내 "국민이 함께 해달라"는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국민들의 해외 안전사고에도 적극 조치를 취했다. 이른바 ②'발리 전세기 투입' 사례다. 지난달 29일 외교부는 인도네시아 발리 아궁 화산 분화 때문에 발이 묶인 한국인 273명의 귀국을 돕기 위해 30일 전세기를 긴급 투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21일 오전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당시 외교부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발리에서 수라바야 (주안다 국제)공항으로 이동 중인 우리국민 273명의 귀국지원을 위해 30일 아시아나 전세기를 운항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전날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화산 폭발로 발이 묶인 인도네시아 발리의 교민과 관광객의 안전한 호송을 위해 전세기 파견을 포함한 적극적인 조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반도 안보의 중대 사안인 ③ 북한의 도발은 특히 기민하게 움직였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북한은 미사일 도발만 11차례, 핵실험을 1차례 감행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때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을 즉각 지시했고, 모두 7차례 직접 회의를 주재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9일 북한은 오전 3시 17분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ICBM '화성-14형' 계열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쏘아올렸다. 우리 군은 1분 만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했다. 2분 뒤인 3시 19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문 대통령에게 첫 보고를 했다. 이어 3시 24분 두 번째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소집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오전 6시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과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이상철 1차장, 남관표 2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NSC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인천 영흥도 앞바다 낚시배 침몰 사고 발생 약 49분 만에 첫 보고를 받고 구조작전을 지시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한 대응은 ④ '낚싯배 사고'다. 지난 3일 오전 6시 9분께 인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해리 해상에서 낚싯배(9.77톤급)와 급유선(336톤급)이 충돌했다. 이 사고로 선원 2명, 승객 20명 등 22명 가운데 13명이 숨지고 선장 등 2명은 실종돼 수색 중에 있다.

사고 직후 문 대통령은 당일 오전 7시 1분에 위기관리비서관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았다. 낚시배 전복 신고가 접수된 지 52분 만이다. 이어 9시 25분 위기관리센터에 도착하기 전까지 2차례 전화보고와 1차례 서면보고를 더 받았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문 대통령의 지시 아래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등 29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실종된 세월호 사고 때는 대통령에게 보고된 시점부터, 언론 보도 혼선 등 컨트롤타워 부재로 화를 키웠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10월 12일 '보고 시점'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발생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한 시각을 '오전 9시30분'으로 기록했지만, 6개월 뒤인 10월 23일 '오전 10시'로 수정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문재인 정부에선 재난 사고 보고와 수습 과정의 '시점' 공개에 중점을 두는 인상을 준다. 이를 반영하듯 문 대통령은 이번 낚싯배 사고와 관련해 "국민들이 의구심이 들지 않도록 필요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언론에 공개해' 추측성 보도를 막을 것"을 특별히 강조해 지시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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