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로 기자] 세아그룹이 고 이운형 전 회장의 타계 이후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경영총괄 겸 세아베스틸 대표이사(전무)는 세아홀딩스, 이순형 현 회장의 장남인 이주성 세아제강 경영기획본부장(전무)은 세아제강에서의 세력을 강화하며 3세 경영의 닻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선 형제경영에서 가족경영으로 넘어가면서 경영권을 놓고 여러 분쟁이 있을 것이란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자연스럽게 계열분리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하지만 세아그룹 측은 이순형 현 회장 체제를 유지하면서 두 전무에게 각각 지주사와 모기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세아그룹의 수장은 고 이종덕 창업주의 차남인 이순형 회장이다. 지난 2013년 이운형 전 회장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뒤 이 현 회장이 형의 빈자리를 대신해 그룹을 이끌고 있다. 해덕강업, 해덕철강 대표이사를 거친 뒤 1995년 세아제강 부회장에 부임한 그는 세아홀딩스 부회장과 회장을 차례로 역임하며 묵묵히 이 전 회장을 보필했고,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세아그룹 회장을 물려받았다.
경영권 승계를 두고 자칫 불협화음을 낼 수 있는 상황. 이 회장은 '형제경영'에서 '가족경영'으로 무난하게 전환했다. 업계에선 "이 전 회장이 작고한 뒤 큰 잡음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이 경영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 경영권 측면에서 큰 잡음 없이 가족경영 체제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형제경영에서 가족체제로 전환한 세아그룹은 이제 '3세 경영'이자 '사촌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세아그룹은 최근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전무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이태성 전무는 세아그룹의 지주사인 세아홀딩스의 지분을, 이주성 전무는 세아그룹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세아제강의 지분을 꾸준히 늘리며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태성 전무는 이 전 회장으로부터 주식 위주로 상속을 받았다. 세아그룹 측에 따르면 18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납부해야하는데 2013년 말부터 5년 동안 분할 납부 중이다. 주로 세아제강 주식 처분으로 상속세를 충당하고 있다. 이태성 전무는 부친이 세상을 떠난 뒤 세아제강 지분이 19.12%까지 늘어났지만,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속적으로 처분한 결과 지난 10월 30일 기준으로 11.08%까지 줄어든 상태다.
반면, 지주사인 세아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은 확고한 편이다. 이태성 전무는 35.12%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10월 20일엔 이순형 회장이 세아홀딩스 보통주 20만주를 에이치피피에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에이치피피는 투자전문회사로 이태성 전무가 98.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부인인 채문선 씨가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이태성 전무의 개인회사라 봐도 무방하다. 에이치피피가 세아홀딩스 5%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태성 전무의 세아홀딩스 지분은 사실상 40.12%가 된다. 여기에 모친인 박의숙 세아홀딩스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10.65%까지 더한다면 직·간접 지분은 50.77%가 된다.
이태성 전무는 세아그룹의 모기업인 세아제강의 지배력은 낮아지고 있지만, 지주사인 세아홀딩스 지분을 절반 이상 보유하게 돼 그룹 내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순형 회장과 이태성 전무의 세아홀딩스 지분은 각각 12.66%, 17.95%이다.
이태성 전무와 사촌 관계이자 이순형 현 회장의 아들인 이주성 전무는 세아그룹의 모기업인 세아제강 지배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0월 3일 자사주 8600주를 매입하며 세아제강 지분을 11.48&까지 늘렸다. 이로써 이순형 회장(11.34%)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세아제강 지분을 각각 4.30%, 2.26%를 보유한 해덕기업과 세대에셋은 최근 합병을 결정했다. 해덕기업 최대주주는 이순형 회장으로 88.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이주성 전무도 8.93%를 가지고 있다.
사실상 세아그룹의 지주사인 세아홀딩스는 이태성 전무, 모기업인 세아제강은 이주성 전무를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는 동시에 일각에선 '계열분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2세대 경영에선 친형제가 의기투합했지만, 3세대는 사촌 체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두 전무가 동갑내기에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해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다곤 하지만, 그룹 승계는 또 다른 문제이다.
세아그룹 측은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전무가 각각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선 '계열분리'의 과정이 아닌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더팩트>에 "세아그룹은 이순형 회장 체제를 유지하면서 3세대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일각에서 들리는 계열분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세아그룹은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이 '세아'라는 이름으로 힘을 합쳤을 때 시너지 효과를 본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서 "과거 2세대 분들은 '형제경영'을 바탕으로 회장과 부회장으로서 세아그룹을 잘 이끌었다.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전무 역시 동갑으로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형체처럼 잘 지내고 있다. 각각 세아홀딩스, 세아제강에서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며 "그룹을 경영하면서 가족 간의 합의가 잘 이루어져 큰 잡음이나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세아그룹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경영권을 놓고 여러 분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적지 않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면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리는 방법밖에 없다. 앞으로 분쟁이나 잡음 없이 3세대 경영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