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청와대가 홈페이지를 통해 운영 중인 '국민청원' 2호 '낙태죄 폐지'와 관련, 답변자로 조국 민정수석이 나설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앞서 조 수석은 국민청원 1호 '소년법 개정'에 대한 답변자로도 나섰다. 국민청원 1호에 이어 2호 답변자로 조 수석이 나선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답변은 이른 시일 내에 공개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에 '낙태죄 폐지 답변'과 관련해 "준비 중에 있으며, 조국 민정수석이 이날 영상 촬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답변 공개 시기'에 대해선 "당장 내일이 될 수도 있다"며 공개 시점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앞서 '소년법 개정'의 경우, 청원이 마감되기 전인 지난 9월 25일 20만 명을 넘긴 직후 조 수석이 영상으로 답변해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에 게시됐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민 청원 중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청원'은 30일 이내에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가 답변을 하도록 하고 있다.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주장하는 청원 게시물은 지난 9월 30일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코너에 등록됐고, 지난달 30일 기준 23만5372명이 참여했다. 이에 청와대는 곧바로 공식 답변 준비에 착수했다.
조 수석이 '국민청원' 답변에 나선 것은 '국민청원'을 통한 '법제 개선'이란 상징성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19일 국민 청원을 시작한 이래 여러 차례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민정수석은 법무부-검찰총장과 대통령의 가교 역할을 하며, 조 수석은 평소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의 눈·귀·발이자 국민의 입"이라고 말했었다.
관건은 조 수석이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 내놓을 메시지다. 앞서 '소년법' 개정과 관련해 조 수석은 "개정보다는 보안처분 등 예방과 교화에 초점을 맞춰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식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낙태죄 폐지'에 대한 답변 역시 원론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낙태죄 폐지' 문제에 대해 19대 대선 후보시절 '유보'적인 견해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여성신문>의 대선주자 정책 질의(2월 5일자)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거쳐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청와대도 낙태죄 폐지 청원의 '답변 시기'와 '방식'을 놓고 숙고해 왔다. 지난달 30일 답변 준비에 들어간 지 이날로 22일이 흘렀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답을 할지 청와대가 답할지는 논의해봐야 한다"면서 "대통령령이나 청와대 지침에 따라 진행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 법률문제이고, 헌법재판소에서 4대 4 동수로 합헌 결정이 난 사안인 만큼 답변 준비도 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이 약물을 이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낙태를 할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고, 불법으로 임신 중절 수술을 한 의료인은 2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돼 있다. 법으로 낙태가 금지된 만큼 미프진 등 자연유산 유도약도 수입 금지 품목이다.
그동안 낙태 금지와 관련한 논란은 한국사회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 2012년 낙태 시술을 처벌토록 한 형법 270조 1항에 대해 조산사 송모 씨가 제기한 헌법 소원 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재판관 4(위헌) 대 4 (합헌) 동수 의견일 만큼 팽팽했다. 위헌 결정이 나려면 6명 이상 의견이 나와야 가능하다. 당시 재판부는 "낙태죄로 인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침해될 수 있지만, 태아의 생명권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보다 앞선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지난 8월 19일 청와대 홈페이지를 개편하며 '국민소통광장과 국민청원 페이지'를 통해 정부와 청와대를 향한 국민들의 의견을 받은 결과, 3개월여 동안 4만6000건이 넘는 국민청원이 접수됐다.
'국민청원' 3개월 운영 결과, 명암도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직접 민주주의 실험' 차원에서 국민 참여를 높인 점은 긍정적이지만, 무분별한 청원에 따라 '떼법 창구'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전반적인 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강행 의지를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2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참여인원이 수십만 명에 달하는 청원도 있고, 현행 법제로는 수용이 불가능해 곤혹스러운 경우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이든 참여인원이 기준을 넘은 청원들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각 부처에서 성의 있게 답변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