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부여=김형중 기자] 제72회 부여 백제문화제가 올해 새로운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고 있다. 단순히 공연과 야간 볼거리를 즐기는 축제에서 벗어나 백제의 역사와 전통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는 역사문화축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번 축제의 가장 큰 변화는 백제문화제의 ‘뿌리’를 다시 꺼내 들었다는 점이다. 축제의 출발점인 제례와 역사문화행렬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1500년 전 백제의 역사를 현재의 공간에서 체험하도록 했다.
백제문화제의 역사는 1955년 ‘백제대제’에서 시작됐다. 왕과 충신, 백성의 넋을 기리는 제례는 단순한 추모 의식을 넘어 백제 왕도였던 부여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확인하는 행사였다.
올해 축제에서는 삼충제와 오천결사대 충혼제, 수륙대재 등 11종의 제례·불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제례의 의미와 유래를 쉽게 설명하는 안내 리플릿과 함께 ‘제례 헤리티지 투어’를 새롭게 선보였다.
관람객들은 해설을 들으며 왕과 충신, 이름 없는 백성들의 넋을 기리는 제례 현장을 둘러보고 지역의 역사문화 공간과 축제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서울과 대전, 경기, 부산, 세종 등 전국 각지에서 참가 신청이 이어졌고, 어린 자녀와 함께 찾은 가족 단위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
제례가 백제문화제의 ‘뿌리’를 보여준다면, 거리로 나온 역사행렬은 백제의 역사를 눈앞에서 펼쳐 보이는 무대다.
오는 9일에는 약 600명이 참여하는 ‘백제역사문화행렬’이 부여 시가지 일원에서 펼쳐진다. 1965년 ‘가장행렬’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선보인 뒤 6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백제문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백제의 왕과 인물, 복식과 문화를 재현한 대규모 행렬이 원도심을 지나면서 부여의 거리가 거대한 역사 무대로 바뀐다.
지난 3일 개막식에서 선보인 ‘사비천도행렬’도 같은 맥락이다. 250여 명이 참여해 백제 성왕이 웅진에서 사비로 도읍을 옮긴 역사적 장면을 재현했다. 1500년 전 백제의 수도 이전이 오늘날 부여의 거리에서 다시 펼쳐진 셈이다.
이번 주말에는 백제의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오는 10일에는 ‘백제 문화 나이트 퍼레이드’가 열린다. 백제의 역사문화에 현대적인 연출을 더해 낮의 역사행렬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백제의 매력을 보여준다. 낮에는 역사 속 인물과 장면을 따라 걷고, 밤에는 빛과 공연이 어우러진 현대적 퍼레이드를 즐길 수 있다.
축제 공간이 백제문화단지에서 원도심으로 옮겨온 것도 이번 축제의 중요한 변화다. 정림사지와 관북리 유적, 석탑로 등 실제 사비도성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이 축제장이 됐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공연장 안에서만 축제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1500년 전 백제 왕도의 공간을 걸으며 역사와 축제를 함께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지역 상권과 주민들도 축제의 무대에 함께 들어왔다.
올해 백제문화제는 그래서 ‘무엇을 볼 것인가’보다 ‘백제를 어떻게 다시 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과거의 제례는 역사문화 체험으로 다시 태어났고, 60년 넘게 이어진 가장행렬은 대규모 역사문화행렬로 진화했다. 여기에 현대적 감각을 입힌 야간 퍼레이드까지 더해지면서 백제문화제는 전통과 현재가 만나는 축제로 외연을 넓혔다.
부여군은 올해 헤리티지 투어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숙박시설과 연계한 1박2일 체류형 코스와 사전예약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용우 부여군수는 "이번 공간 재편과 프로그램 다변화를 통해 주민과 상인, 관람객이 모두 상생하는 축제가 실현되고 있다"며 "백제의 찬란한 역사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지는 축제를 즐겨달라"고 말했다.
제72회 백제문화제는 오는 11일까지 부여 정림사지와 관북리 유적, 석탑로 등 원도심 일원에서 계속된다.
이번 주말 부여에서는 백제의 왕이 다시 거리를 걷고, 1500년 전의 제례가 오늘의 문화체험으로 되살아난다. 낮에는 600명의 역사문화행렬이 거리를 채우고, 밤에는 백제의 이야기가 현대적인 퍼레이드로 이어진다. ‘보는 축제’에서 ‘걷고 듣고 체험하는 역사’로 바뀐 백제문화제를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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