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섬의 심장 따라 달리다…'2026 코오롱 트레일캠프 울릉' 2박 3일 대장정

참가자들이 울릉도 최고봉 성인봉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울릉군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6월의 동해는 짙푸른 빛을 머금고 있었다. 뱃머리가 하얀 물보라를 가르며 울릉도에 가까워질수록 참가자들의 표정에도 기대감이 번졌다.

그리고 마침내 섬에 발을 디딘 순간, 사방을 둘러싼 울창한 원시림과 거대한 해안절벽, 기암괴석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풍광이 이들을 맞이했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2박 3일간 울릉도 일원에서 열린 '2026 코오롱 트레일캠프 울릉'.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울릉도의 자연과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특별한 여정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선발된 120여 명의 아웃도어 애호가들은 섬 전체를 무대로 펼쳐진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울릉도의 진면목을 만났다.

행사의 첫인상은 '압도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참가자들이 서면태항 해안 산책로를 걷고 있다. /울릉군

서면 태하항에서 시작된 하이킹 코스는 울릉도 유일의 평야지대인 나리분지를 지나 도동까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울창한 숲길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원시림이 내뿜는 짙은 피톤치드 향을 만끽했다.

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소리 그리고 발밑에서 느껴지는 흙의 촉감은 도시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자연 그 자체였다.

나리분지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분지를 둘러싼 산세와 푸른 하늘이 만들어낸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했다.

이어진 트레일러닝 프로그램은 더욱 역동적이었다.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진 길 위에서 참가자들은 동해의 푸른 바다를 벗 삼아 달렸다. 오른편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이, 왼편으로는 수직으로 솟아오른 절벽이 장관을 이뤘다.

참가자들이 나리분지를 걸으며 분지를 둘러싼 산세와 푸른 하늘이 만들어낸 풍경에 도취됐다. /울릉군

달리는 동안 곳곳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서울에서 참가한 한 참가자는 숨을 고르며 이렇게 말했다.

"평소에는 아스팔트 도로만 달렸는데, 울릉도의 흙길과 바위길을 달려보니 완전히 다른 세계였습니다. 힘들지만 눈앞 풍경이 워낙 아름다워 고통보다 감동이 더 컸습니다."

자연 암벽 클라이밍 역시 참가자들의 도전 정신을 자극했다.

울릉도의 독특한 화산암 지형을 활용한 암벽 프로그램에서는 참가자들이 거친 바위를 손으로 움켜쥐고 한 걸음씩 정상으로 향했다. 인공 시설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암벽을 오르며 느끼는 긴장감과 성취감은 참가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다.

거친 산악지형과 해안 코스를 활용한 행사인 만큼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형광 조끼를 입은 지역 전문가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울릉산악회와 울릉산악구조대 대원들은 주요 구간마다 배치돼 참가자들의 이동을 돕고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점검했다. 수십 년 동안 울릉도의 산과 계곡을 누벼온 이들의 경험은 행사 운영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급경사 구간에서는 참가자들의 속도를 조절하고, 갈림길에서는 정확한 방향을 안내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한 응급체계도 철저하게 구축됐다.

행사 관계자는 "울릉도의 지형을 가장 잘 아는 지역 전문가들이 함께했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더욱 안심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이 저동해안 산책로를 걷고 있다. /울릉군

이번 트레일캠프가 남긴 성과는 스포츠 활동에만 그치지 않았다.

120여 명의 참가자들은 2박 3일 동안 울릉도 곳곳의 숙박시설과 음식점을 이용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힘을 보탰다.

행사 기간 지역 식당들은 방문객들로 활기를 띠었다.

울릉도의 대표 먹거리인 산채비빔밥과 따개비칼국수, 신선한 해산물 요리는 참가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일부 참가자들은 일정이 끝난 뒤에도 개별적으로 관광을 즐기며 섬 곳곳을 둘러봤다.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보고 떠나는 방식이 아닌, 지역에 머물며 소비하고 체험하는 '체류형 관광'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지역 상인들은 "행사 참가자들이 숙박과 식사를 모두 지역에서 해결하면서 실질적인 경제효과가 나타났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 마지막 날. 아쉬움 속에 귀항을 준비하는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묻어났다.

배웅에 나선 남한권 울릉군수는 "전국의 아웃도어 애호가들이 울릉도의 진정한 매력을 경험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며 "행사 운영을 위해 힘써준 모든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울릉도만의 독보적인 자연환경을 활용한 스포츠·관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육성해 체류형 관광을 확대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참가들의 숙소인 리조트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울릉군

이번 '2026 코오롱 트레일캠프 울릉'은 기록 경쟁보다 경험의 가치를 앞세운 행사였다.

참가자들은 자연을 정복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숲길을 걷고,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고, 암벽을 오르며 자연 속으로 스며들었다.

울릉도의 산과 바다 그리고 사람들은 2박 3일 동안 이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선물했다.

푸른 동해 한가운데 우뚝 선 섬. 그 곳에서 참가자들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울릉도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호흡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아웃도어 무대다. 그리고 울릉도의 여름은 오늘도 그렇게 또 하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tk@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