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韓·張 동시다발 '세 과시'…의원들 셈법은 '고차방정식'


吳 행사에 38명 참석…일부 의원 행사장 옮겨 다니며 '눈도장'
보수 통합론 조기 점화…"지금은 각자도생하며 보험 드는 것"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당개혁,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김시형·이하린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보수 진영 차기 주자들이 보수 통합 논의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세 사람이 비슷한 시간대 국회에서 각각 행사를 열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 여부와 동선을 놓고 '눈치싸움'을 벌이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보수 통합론이 조기 점화되면서 원내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세 사람이 각각 참석하는 정책 토론회와 세미나가 비슷한 시간대에 열렸다. 장 대표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주최한 '보험 모집질서 건전화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신동욱·박충권·박준태·김장겸·최은석·서명옥·김민전·조정훈 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당 대표가 참석한 행사인 만큼 지도부와 가까운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같은 시각 한 의원은 중진인 김기현·윤상현 의원과 한국정당학회가 공동 주최한 '정당개혁,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를 열었다. 행사에는 주호영·신성범·김석기·권영진·박정하·배현진·이만희·고동진·안상훈·박정훈·조은희·한지아 의원 등 원내 인사와 양향자 최고위원, 신지호 전 의원, 김종혁 전 최고위원 등 원외 인사들이 참석했다.

오 시장은 오전 10시 같은 건물에서 국민의힘 서울시당과 함께 '세계유산 보존과 도시의 미래, 공존의 길을 찾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해 서울 지역구 의원인 나경원 의원과 신동욱 최고위원, 조은희·김재섭 의원, 권영세·주호영·김기현·조배숙·성일종·김소희·이종배·김정재 의원 등 총 38명의 의원이 참석해 세 행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세를 과시했다.

세 행사 참석자 명단을 대조하면 의원들의 움직임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세 행사에 모두 참석한 의원은 서명옥 의원 한 명이었다. 장 대표가 참석한 행사와 오 시장 행사에 모두 참석한 인사는 신동욱·박충권·박준태·조정훈 의원이었다. 한 의원 행사와 오 시장 행사에는 김기현·권영진·고동진·박정하·이만희·김석기·조은희·신성범·주호영·한지아·배현진 의원 등 12명이 중복 참석했다.

실제 한 의원의 세미나가 진행되던 오전 10시 무렵 박정하·김석기 의원 등이 자리를 떠나 오 시장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행사장 간 거리가 멀지 않은 의원회관에서 세 행사가 겹치면서 참석자들의 동선도 분주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열린 세계유산 보존과 도시의 미래, 공존의 길을 찾다’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한 행사 관계자는 "의원들을 초청하는 과정에서 오전 외부 일정이 많아 참석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한 행사만 오느니 아예 참석하지 않는 쪽을 택한 의원들도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또다른 행사 관계자는 "주최 측에서도 어떤 의원이 참석하는지 관심이 많았다"며 "참석자와 취재진 규모 등 외부에 어떻게 비치는지도 신경 쓰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다만 행사 참석이 반드시 특정 주자에 대한 지지나 정치적 결속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참석 규모만으로 각 주자의 세력 우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장 대표가 참석한 행사에 함께한 한 의원은 다른 행사에도 참석할 계획인지 묻자 "오후에 상임위원회 일정이 있어 (여기에만) 왔다"며 "품앗이 개념으로 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가운데) 무소속 의원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김기현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당개혁,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세 행사는 보수 진영의 차기 구도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의원들이 아직 특정 주자에게 확실하게 무게를 싣기보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드러낸 장면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 시장 행사에 가장 많은 의원이 참석한 것은 최근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정치적 입지를 회복한 흐름과 맞물려 주목된다. 오 시장은 지난달 23일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이날 처음 국회를 찾았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오 시장 행사에 가장 많은 의원이 참석한 것은 단기적으로 오 시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당이 정체돼 있다는 인식 속에 새로운 선택지로 오 시장이 부상하면서 의원들의 관심이 쏠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시장의 오랜 정치 경력과 당내 인적 네트워크가 드러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TK 지역구의 한 의원은 "오 시장이 정치를 30년 했는데 그동안 오 시장과 밥 한 번 먹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정치에서 경륜을 무시할 수 없다. 오 시장은 '큰 나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대하고 붙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오 시장의 부상이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평론가는 "오 시장은 오랫동안 중앙정치와 거리가 있었고, 10~30대에는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어 세력화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보수 통합을 둘러싼 세 사람의 접근법 차이도 의원들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면서도 "각론에 들어가면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결국 통합의 주도권과 명분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이에 통합 주도권 경쟁이 조기에 점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의원은 "세 사람 모두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통합론 명분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해 여론전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각자도생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의원들의 행보 역시 향후 정치 상황을 염두에 둔 탐색전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PK 지역구 한 의원은 "대선은 물론이고 총선도 아직 얼마나 남았는데 당장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며 "끝까지 갈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 평론가는 "의원들의 행보는 향후 당내 상황을 지켜보면서 일종의 '보험'을 들어두는 것에 가깝다"며 "주식 투자자들이 이슈 테마주를 좇아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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