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토론회 내용만큼이나 '출석부'가 관심을 끌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한 행사에 국민의힘 의원이 몇 명 왔는지, 비슷한 시간에 열린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토론회에는 누가 얼굴을 비췄는지가 곧바로 정치 뉴스가 됐다.
오 시장 행사에는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해 현역 의원 38명이 모였고, 한 의원 행사에도 20명가량이 참석했다. 10여 명은 두 곳을 모두 찾았다. 토론 주제보다 어느 행사장이 더 붐볐는지, 누가 어느 쪽에 가까운지가 먼저 읽히는 장면이었다.
최근 국민의힘 안팎의 흐름을 보면 자연스러운 장면일지 모른다. 오 시장은 항소심 무죄 이후 정치적 운신의 폭이 넓어졌고 '보수 통합'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 의원도 복당과 상향식 공천을 화두로 당내 접점을 넓히고 있다. 장 대표 역시 당권을 쥔 채 내년 전당대회를 바라보고 있다. 차기 주도권을 둘러싼 움직임이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는 시점이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다른 현안보다 먼저 부각되는 모습은 한 번쯤 짚어볼 만하다. 국회는 내년도 나라 살림을 심사하는 정기국회 한복판에 있다. 정부 예산의 허점을 짚는 데서 더 나아가 무엇을 덜어내고 어디에 더 쓸지, 제1야당의 우선순위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 때다.
장 대표도 이날 직접 정부 예산에서 27조원 이상을 감액하고 청년·소상공인·안전 분야 등에 11조6000억원가량을 증액하겠다는 자체 예산 구상을 발표했다. 정부·여당의 예산을 비판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국민의힘이 어디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를 숫자로 설명하려는 자리였다.
그런데 같은 날 정치권의 관심은 예산표보다 토론회 출석부에 더 오래 머무는 모습이었다. 무엇을 깎고 어디에 더 쓰겠다는 이야기보다 오 시장에게 몇 명이 갔고, 한 의원 행사에는 누가 참석했는지가 더 쉽게 화제가 됐다. 의원들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차기 당권과 공천권의 셈법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도 읽혔다.
물론 다음 당권과 총선을 준비하는 것은 정당이라면 피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만 총선 준비가 누구를 중심으로 세가 모이는지에 대한 관심으로 먼저 비치고, 정기국회에서 무엇을 바꿀지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다면 우선순위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다음 총선에서 내놓을 명분과 대안 역시 결국 지금 국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제1야당의 역할도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데서만 끝나지는 않는다. 정부 예산을 줄이겠다고 했다면 그만큼 어디에 더 쓸지, 민생을 강조한다면 어떤 예산과 법안에서 차이를 만들어낼지를 함께 보여주는 게 중요해 보인다. 그런 결과가 하나둘 쌓일 때 당권 경쟁이나 총선 준비 역시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보수의 다음 주자를 둘러싼 경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 국민의힘이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볼 숫자는 토론회 참석자 수보다 예산표에 적힌 숫자다. 정기국회가 끝난 뒤 국민 앞에 남는 것도 어느 행사장이 더 붐볐는지보다 제1야당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꾸려 했는지에 대한 성적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