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정채영 기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취임 두 달을 맞았다. 민생·확장·유능함을 내세운 'ABC 플랜'으로 당의 변화를 약속했지만, 부동산 문제와 지지율 하락, 범여권 갈등에 당내 내홍까지 겹치면서 성과를 둘러싼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8월 17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김 대표는 취임 직후 수락 연설을 통해 △A(Affordability·민생·생활비 정치) △B(Broad·확장 정치) △C(Competence·유능한 정치)를 골자로 하는 ABC 플랜을 발표했다. 당시 김 대표는 "언어도, 정책도, 태도도, 문화도 진화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변화를 약속했다.
◆ A. '생활비 정치' 내걸었지만…민생 성과는 아직
김 대표가 제시한 첫 번째 과제는 국민의 생활비 부담을 낮추는 민생 정치다. 정치적 갈등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고,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통해 민주당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에도 민생과 실용을 강조하며 정책 중심의 당 운영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달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인공지능(AI) 산업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주거 문제 등 경제·민생 의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다만 민생 중심의 정치 기조가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로 이어졌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최근 부동산 문제가 정부·여당의 부담으로 떠오르면서 생활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약속의 실효성도 시험대에 올랐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몇 달 만에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향후 정책 추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대표가 취임 당시 여러 약속을 내놓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향후 지지율 회복과 정책 성과를 위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B. '확장 정치' 어디까지…범여권 연대도 제자리
두 번째 과제인 확장 정치는 기존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까지 외연을 넓히고, 범여권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민생과 협치를 강조하며 민주당의 정치적 확장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외연 확장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김 대표 취임 당시와 비교해도 지지율이 낮아진 상황이다.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이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가운데, 범여권과의 연대·협력 역시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민주당과의 연대·협력 논의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박병언 혁신당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민주당 지도부와의 연대·협력 논의 진행 상황에 대해 "한마디로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혁신당은 민주당을 향해 오는 11월 본회의에서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 처리 시한을 제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범여권 연대의 진전을 위해서는 양당 지도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평론가는 "양쪽에서 접근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그게 쉽지 않다. 혁신당의 리더십과 민주당의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며 양당 지도부의 갈등 조정과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 C. '유능한 정치' 시험대…신천지 내홍에 리더십 부담
마지막 과제인 유능한 정치는 정책 역량뿐 아니라 당내 갈등을 조정하고 안정적으로 당을 운영하는 리더십과도 맞닿아 있다. 김 대표는 취임 당시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정청래·송영길 후보와도 함께하겠다며 당내 통합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신천지 교인 집단 가입 의혹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당내 통합이라는 과제도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당 차원의 조사 결과가 공식 발표되기 전에 일부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자 친청(친정청래)계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지도부 내부의 균열이 드러났다.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장 인선을 둘러싼 범여권 내 이견도 김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김 대표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공개 비판 자제를 촉구했지만,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당내에서도 김 대표의 취임 두 달간 성과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민생과 중도층 확장, 범여권 통합 등 ABC 플랜의 이행 상황에 대해 "현재까지는 좋은 점수를 주기는 곤란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신천지 의혹을 둘러싼 당내 갈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면서도" 취임한 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향후 성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당의 혁신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것 같기는 하지만, 사실 너무 많은 일을 벌여놓은 게 문제라는 평가도 당내에서 나온다. 각종 태스크포스(TF) 등 이를 모두 성과를 보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부 화합인데 전당대회 때부터 정청래 전 대표와 지나치게 각을 세웠고, 지금도 지도부 내부에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