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가유산청, 소규모 발굴 '전문성’보다 낮은 가격 우선


1억 미만 발굴용역, 전문성 30점·가격 50점
사업금액 줄수록 전문성 배점 낮아져
김재원 "현행 적격심사 체계 재검토해야"

국가유산청의 매장유산 발굴조사 용역 적격심사에서 사업금액이 작을수록 조사기관의 전문성 배점은 낮아지고 입찰가격 배점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국가유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국가유산청의 매장유산 발굴조사 용역 적격심사에서 사업금액이 작을수록 조사기관의 전문성 배점은 낮아지고 입찰가격 배점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억 원 미만 사업은 전문성을 평가하는 조사이행능력 배점이 30점인 반면 입찰가격은 50점에 달했다. 소규모 발굴현장에서도 중요한 유구와 유물이 발견될 수 있는 만큼 사업금액에 따라 전문성 평가 비중을 낮추는 현행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확보한 국가유산청의 '매장유산 조사용역 적격심사 세부기준'에 따르면 발굴조사 용역의 추정가격에 따라 조사이행능력과 입찰가격 배점이 다르게 적용된다. 해당 기준은 발굴조사 용역 입찰에서 낙찰자를 결정할 때 쓰인다.

추정가격 5억 원 이상 사업은 조사이행능력 50점, 경영상태 20점, 입찰가격 30점으로 평가한다. 전문성 배점이 가격보다 20점 높다. 그러나 2억 5000만 원 이상 5억 원 미만 사업에서는 조사이행능력과 입찰가격이 각각 40점으로 같아진다. 1억 원 이상 2억 5000만 원 미만 사업은 조사이행능력 35점, 입찰가격 45점으로 가격 배점이 전문성을 앞선다.

1억 원 미만 사업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조사이행능력은 30점에 그치는 반면 입찰가격은 50점에 달한다. 5억 원 이상 사업과 비교하면 전문성 배점은 20점 낮고 가격 배점은 20점 높다.

1억 원 미만 사업의 조사이행능력 평가항목은 △조사실적 5점 △조사인력 10점 △발굴조사보고서 평가 15점으로 구성된다. 조사기관의 실적과 보유 인력, 보고서 평가 점수를 모두 합쳐도 입찰가격 배점보다 20점 낮은 셈이다.

국가유산청의 매장유산 조사용역 적격심사 세부기준에 따르면 발굴조사 용역의 추정가격에 따라 조사이행능력과 입찰가격 배점이 다르게 적용된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

문제는 발굴조사 사업비가 매장유산의 역사적·학술적 가치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규모 현장에서도 중요한 유구와 유물이 발견될 수 있지만, 현행 기준은 사업금액이 작을수록 조사기관의 전문성 평가 비중을 낮추고 있다.

매장유산 발굴은 유물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유구와 유물의 위치·분포·상호 관계 등을 조사하고 기록해 과거의 생활상과 역사를 복원하는 기초자료를 만드는 과정이다. 발굴 과정에서 원래의 매장 상태가 훼손되거나 변형될 수 있는 만큼 최초 조사 단계에서 정확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축적된 발굴 성과는 문화유산의 보존·연구뿐 아니라 전시·교육·문화콘텐츠 개발에도 활용된다. 발굴 단계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조사 성과를 국민이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발굴 성과를 공유하고 고고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1995년부터 '발굴된 일본열도' 순회전시를 통해 주요 발굴 성과와 출토 유물을 소개하고 있다. 영국은 매년 'Festival of Archaeology'를 열어 발굴현장 체험과 전시 등을 진행한다. 호주도 매년 5월 'National Archaeology Week'를 통해 공개강연과 전시, 시범발굴 등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김재원 의원은 국가유산청은 사업금액이 작아질수록 전문성 배점은 낮아지고 가격 배점은 높아지는 현행 적격심사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정한 기자

김재원 의원은 "발굴 규모가 작다고 문화유산의 가치나 조사 전문성의 중요성까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가유산청은 사업금액이 작아질수록 전문성 배점은 낮아지고 가격 배점은 높아지는 현행 적격심사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이 발굴현장과 고고학의 가치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프로그램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K-문화유산의 경쟁력은 박물관 전시장이 아니라, 땅속의 역사를 제대로 발견하고 기록하는 발굴현장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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