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야당의 시간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여당 공세 대응 넘어 '자기 국감' 해야
남은 국감 성패 가를 '자기 의제'

필요한 쟁점에는 분명하게 대응하되, 그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정작 보여주고자 했던 문제의식이 묻히지는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 제막식에서 현판 제막을 마친 뒤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정감사가 정부를 견제할 제1야당의 무대라고 해서 3주가 자동으로 국민의힘의 시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관건은 그 시간을 누구의 의제로 채우느냐다.

국감 첫날 정치권에서 가장 크게 들린 이름은 '조희대'였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증인 선서와 이석, 대법관 후보 재제청 문제를 두고 여야가 하루 종일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 독립 침해라고 맞섰고,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직접 답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사법부 독립을 둘러싼 문제는 가볍지 않다. 제1야당이 여당의 공세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싸울 사안은 싸워야 한다. 다만 상대가 던진 쟁점에 대응하는 것과 야당이 스스로 국감의 의제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민의힘은 국감을 앞두고 '진실·민생·희망의 복원'을 내걸었다. 장동혁 대표는 국민과 함께하는 '국민감사'를 만들겠다고 했다. 인사와 부동산, 경제와 안보 등 정부에 따져 물을 현안도 적지 않다.

따져 물을 현안이 많은 만큼 선택과 집중도 중요해 보인다. 여러 상임위에서 각기 다른 의혹과 문제점이 제기되지만 모든 쟁점이 같은 무게로 국민에게 전달되기는 어렵다. 야당이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을 빠짐없이 꺼내놓는 것과 국민에게 하나의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남기는 것은 다른 일이다.

오히려 지금은 남은 기간 어떤 의제를 앞세우고 어디에 힘을 실을지 다시 가다듬을 수 있는 시점이다. 사진은 김의겸 여당 간사와 서영교 법사위원장, 박형수 야당 간사,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왼쪽부터)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언쟁을 하고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에 대응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끝까지 확인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만 해도 국민의힘은 지난 6일 재경위 국감에서 도입 과정과 관련한 청와대 회의 자료와 대통령실 지시사항 등의 제출을 요구했다. 이런 문제 제기가 하루 공방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자료 확인과 후속 질의로 이어진다면 쟁점의 무게도 달라질 수 있다. 필요한 경우 관련 상임위에서 같은 사안을 이어서 들여다보는 방식도 가능하다.

결국 국감에서 힘을 갖는 것은 강한 표현 자체보다 새롭게 확인된 사실이다. 정부의 기존 설명과 맞지 않는 숫자나 문서가 나오고, 그 사실을 토대로 다시 질문이 이어질 때 야당의 문제 제기도 설득력을 얻는다. '무능'이나 '실정'이라는 평가보다 정부가 구체적으로 답해야 할 사실 하나가 더 오래 남을 수 있다.

아직 국감은 시작 단계다. 첫날의 고성과 충돌만으로 이번 국감의 성패를 재단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는 지금부터 점검해 볼 만하다.

정부 비판의 강도를 낮추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여당이 던진 쟁점에 대응하는 데만 힘을 쏟거나 여러 현안을 한꺼번에 펼쳐놓다 보면, 정작 국민의힘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는 흐려질 수 있다.

남은 국감에서는 남의 전장보다 자기 의제를 선명하게 만들고, 많은 말보다 하나의 질문을 오래 끌고 가며, 구호보다 자료로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남은 3주를 어떤 질문과 어떤 사실로 채우느냐가 국민의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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