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정채영·서다빈 기자]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싼 과거 의혹을 연일 소환하며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진영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이견으로 범여권 내부의 균열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의원의 '노무현 때리기'가 오히려 흩어진 여권을 다시 결집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한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 폐지 관련 토론회를 시작으로 노 전 대통령을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당시 한 의원은 일부 민주당 정치세력이 노 전 대통령을 검찰 조작수사의 피해자로 만들었다는 취지의 이른바 '노무현 조작수사 신화'를 거론하며 이를 검찰제도 폐지의 출발점으로 지목했다.
민주당이 즉각 반발하자 한 의원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튿날에는 노 전 대통령 본인 또는 가족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피아제 시계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재차 꺼내 들었다. 민주당이 "법원의 판단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과를 요구하자 한 의원은 "3억 피아제 시계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냐"며 맞받았다.
공방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해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윤건영 의원 등이 공개 비판에 나서자 한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들의 주장을 잇달아 재반박했다.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을 '성역화'하고 있다며 자신의 비판 대상은 노 전 대통령이 아닌 '허구의 피해자 조작 신화'를 만들어낸 민주당 정치세력이라는 주장도 폈다.
노무현재단까지 공개 비판에 가세했지만 한 의원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재단은 6일 "정쟁에도 예의와 금도가 있다"며 "17년 전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확정되지 않은 사실로 소환하는 것은 비겁한 정치 공세"라고 비판했다. 한 의원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내용도 법원의 최종 판단이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나온 진술이나 의혹이라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7일에도 "'허구의 노무현 조작수사 신화'가 지금 사법시스템 파괴의 출발점이자 동력"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이제 누군가 말하고 극복해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 저는 계속해 보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에서는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미묘한 긴장감이 조성돼 있었다. 특히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을 놓고 혁신당과 민주당 내 강경파가 반발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들의 '친윤 검사' 주장을 직접 반박하면서 이견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검찰개혁의 세부 방향을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졌다. 혁신당은 중수청의 소속과 수사 인력 구성 등을 놓고 이 대통령의 주장을 공개 반박하는 등 검찰개혁의 방향과 속도를 놓고 범여권 내부에서 입장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과 혁신당 사이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둔 연대 방식을 두고도 공개적인 신경전도 벌어졌다.
그러나 진보진영의 상징성이 큰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한 의원의 공세가 오히려 흩어진 범여권을 하나의 전선으로 묶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개혁을 두고 입장이 엇갈렸던 것과 달리 한 의원의 발언을 향해서는 민주당 지도부와 친노·친문 인사, 노무현재단까지 잇따라 비판에 나서면서다.
한 범여권 관계자는 <더팩트>에 "검찰개혁을 두고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없어 보인다"며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처럼 오히려 이 부분에서는 흩어져 있던 진보진영을 다시 뭉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을 범여권의 실질적인 결집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한 의원의 발언에는 공동 대응하고 있지만, 검찰개혁 등 기존 현안을 둘러싼 이견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집될 거라는 관측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공공의적을 통해 단결하는 전략이 통하려면 그 대상이 위협적이어야 한다"며 "한 의원이나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두고 잠시 한목소리를 낼 수는 있겠지만, 결국 범여권 내부의 갈등은 다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