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병역특례제를 손봐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축구 국가대표팀 일부 선수들이 노골적으로 병역특례에 대한 기쁨을 나타낸 데 대한 공분이다. 숙적 일본을 제압하고 대회 4연패를 달성했는데도 망언(?)을 내뱉은 태극전사들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실 축구대표팀 일부 선수의 경솔한 언사 이전부터 야구대표팀의 병역특례에 반대하는 여론이 거셌다. 프로선수들로 구성된 한국 야구대표팀이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중국과 홍콩, 대만, 태국과 일전을 치른 뒤 결승에서 실업팀 선수들로 꾸려진 일본을 이기고 병역특례 혜택을 받는 게 과연 합당하냐는 비판이었다. 소위 '밸런스 붕괴' 종목 금메달의 가치를 부정한 셈이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야구대표팀 선발 과정에서도 프로야구 구단별 미필 선수를 배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도 출전팀 상당수 전력도 크게 떨어졌다는 이유로 병역특례의 형평성 시비가 뒤따랐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남자 축구대표팀 김기희 선수는 후반 막판 4분을 뛰고 병역특례 자격을 얻어 병역 논란에 불이 붙었다.
엘리트 체육인들에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병역을 해결할 기회로 여겨진다. 병역의무가 사라지면 선수 활동을 이어갈 수 있기에 엄청난 혜택임은 분명하다. 그러니 이번 축구대표팀 일부 선수가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을 불쑥 내뱉었다고 본다. 아무리 경기 중 변수가 생길 수 있다지만, 수준이 맞지 않는 선수와 겨뤄 금메달을 따낸 걸 국위 선양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단언컨대 남성들은 국방의 의무가 주는 부담을 잘 알 것이다. 상명하복의 수직적 문화와 철저한 통제, 외부와 단절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수개월을 지내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그렇기에 국가의 부름을 받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거나 앞둔 신체 건강한 청년들이 아시안게임 입상자의 병역 면제를 보고 불공정과 허탈함을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이번에도 2030 청년의 반발을 의식한 듯, 여야 일각에서 1973년 도입된 예술·체육요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에서는 형평성과 체육계의 사기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반대로 야권에서는 종목별 경쟁 수준과 국제적 위상 등을 종합해 기준을 다시 만드는 방향으로 병역특례제를 재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시 한번 구시대적 병역특례제를 실정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모아졌지만, 이번에도 소모적 논쟁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그랬다. 과거 병역특례 논란이 생길 때마다 정치권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병역의 원칙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며 마치 제도를 개선할 것처럼 하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뒷짐을 졌다.
"메달 수로 국력을 뽐냈던 시대는 지났다"라는 한 댓글에 수백 개의 '공감' 버튼이 눌렸다. 병역특례를 폐지하라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병역 면제가 특혜로 주어지는 건 국민 정서에 반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선수들의 노력을 폄하해선 안 된다. 다만 정치권이 한 번의 국제대회 성과만으로 병역 문제가 해결되는 병역특례제를 손보는 데 적극적으로 움직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