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김시형 기자]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대여 메시지를 이어가며 정치적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최근 보수 진영 차기 대권주자 조사에서도 선두권을 기록하면서 한 의원의 이른바 '전투형 정치'를 둘러싼 평가도 엇갈린다. 대여 투쟁력을 강점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대권주자로 외연을 넓히려면 정책과 비전,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의원의 최근 정치 행보에서 페이스북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짧고 강한 글을 잇달아 올리고, 여권의 반박에 곧바로 재반박하는 방식으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다음 날인 9월 20일부터 이날까지 한 의원이 일정 공지와 지역구 활동 등을 제외하고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은 약 354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21건꼴이다. 김 전 후보자 낙마로 검증 국면이 일단락된 뒤에도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를 겨냥한 메시지를 꾸준히 내놓았다.
정치권에서는 페이스북이 현재 무소속인 한 의원에게 당 조직의 공백을 보완하는 정치적 수단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 지도부나 공식 조직의 지원 없이도 현안에 대한 입장을 직접 알리고, 상대의 대응에도 실시간으로 맞서며 이슈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차례 입장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 자료와 언론 보도, 정치권 반응을 잇달아 공유하면서 쟁점을 확산시키는 것도 한 의원식 SNS 정치의 특징으로 꼽힌다. 김 전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도 한 의원은 이런 방식으로 야권의 공세를 주도했고, 김 전 후보자는 지난달 19일 자진 사퇴했다.
활발한 대여 행보와 맞물려 한 의원은 최근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꽃이 5일 공개한 범야권 차기 대통령감 선호도 ARS 조사에서 한 의원은 18.7%를 기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각각 12.3%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의원 34.3%, 오 시장 20.8%, 장 대표 20.6%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2~3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범야권 주자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뿐 아니라 전체 후보군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한 의원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뉴시스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전국 성인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한 의원은 18.1%,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15.2%를 기록했다. 두 사람의 격차는 오차범위 안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의원이 32.6%로 장 대표(25.2%), 오 시장(17.0%)보다 높은 응답을 얻었다.
당 지도부 인사는 "총선 패배부터 대통령 탄핵 과정에 대한 책임론, 당원게시판 사건 등 극복할 것들이 산적한 만큼 당내에서 다시 검증받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당내 비토론을 움직일 만큼 유의미한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지율 추세로만 봐서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 의원의 '페북 정치'를 두고 야권에서는 단기적 성과에 그쳐 장기적으로는 이미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권주자에게는 대여 투쟁력뿐 아니라 경제·외교·안보·복지 등 국정 전반에 대한 구상과 정책 역량, 중도층까지 아우르는 확장성이 함께 요구된다는 것이다. 현안마다 전면에 나서 여권과 맞붙는 방식이 지지층에 선명성을 보여주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격수' 이미지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야권 한 의원은 "'싸움닭' 면모만 보여줘서는 리더가 될 수 없다는 말도 있지만, 한 의원으로서는 가장 시급한 과제가 복당을 위한 강성 보수의 마음을 얻는 것인 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이미지를 일부 희생하더라도 단기전에 집중하는 모습이라 여론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친한동훈)계 사이에서도 현재 전략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향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친한계 인사는 김 전 후보자 검증 당시 한 의원의 대응에 대해 "메시지가 너무 많았고 표현도 거칠었다"면서도 "결과적으로는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보수에는 한 의원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의 방식이나 거친 표현을 계속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여론조사꽃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2.0%다. 에이스리서치 조사의 표본오차도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