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서다빈 기자]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보존 논의가 재원 분담 문제에서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성병관리소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를 '국가 책임'으로 언급하면서 향후 중앙정부와 경기도가 보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주목된다.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와 경기도, 동두천시, 국가유산청,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대화협의체는 지난 8월 25일 3차 회의를 열고 성병관리소 보존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재원 분담 등을 놓고 뚜렷한 결론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는 협의 결과에 따라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동두천시와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서면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
협의체에서는 성병관리소 보존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식을 두고는 조율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논의의 초점은 중앙정부와 경기도, 동두천시가 보존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재원 문제는 앞선 회의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지난 6월 19일 열린 2차 대화협의체에서 성평등가족부는 성병관리소 보존·활용에 필요한 예산 추계안을 참석 기관에 제시했다.
동두천시는 재정 여건을 이유로 지방비 부담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국비 지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공대위 역시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존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쟁점도 구체적인 비용 분담 문제로 옮겨간 셈이다.
이런 가운데 추 지사는 지난 3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선감학원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형제복지원과 동두천 성병관리소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여성 피해를 함께 언급했다.
추 지사는 이들 사건에 대해 "본질적으로는 국가사무로서 저질러진 국가 책임"이라는 점이 재판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어 "경기도는 국가에게 단호한 책임을 묻는 한편 피해자에 대해서는 책임의 영역보다는 경기도가 포용의 정신으로 함께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발언은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 문제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옛 성병관리소 보존이나 비용 분담 방안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추 지사의 발언은 성병관리소 보존 논의의 무게중심이 '보존 여부'에서 '재원 분담'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쟁점은 결국 중앙정부와 경기도, 동두천시가 보존 비용을 어떻게 나눠 부담할지다.
공대위는 성병관리소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국가 책임이 인정된 만큼 건물 보존 과정에서도 중앙정부가 우선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공대위 관계자는 <더팩트>에 "성평등가족부 한 부처의 책임이라기보다 이곳 자체가 국가폭력의 현장인 만큼 국가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국가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역할도 향후 논의의 변수다. 추 지사가 지난달 5일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하고 세출 구조조정을 예고하면서 성병관리소 보존 사업에 도비가 투입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시 경기도는 낭비성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중단하고 세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도의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새로운 재정 투입을 둘러싼 검토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대위는 재정 상황과 별개로 경기도 역시 보존 논의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대위 관계자는 "경기도의 재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해야 할 역할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역사적·사회적 명분이 있는 만큼 경기도도 이를 나 몰라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