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당선무효 돼도 선거비용 안 내도 된다?…211억 중 118억 '증발'


소송해도…38건 중 24건 '징수 불가'
"버티면 그만"…제재 수단 無, 제도 무력화
박덕흠 "혈세 낭비…선제적 조치 도입해야"

당선무효 판결을 받은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 등이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선거비용을 돌려주지 않아 국고 손실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 자료사진.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당선무효 판결을 받은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 등이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선거비용을 제대로 반환하지 않으면서 국고 손실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반환 명령이 내려진 금액 가운데 절반 이상이 환수되지 않아 징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당선무효에 따른 선거비용 반환명령 총액은 211억 3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118억 4800만 원(56%)이 아직 반환되지 않았다.

선거별로 보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미반환액이 80억 22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반환명령 금액 가운데 29억 800만 원만 회수했고, 나머지는 아직 받아내지 못했다. 제7회 지선도 반환명령이 청구된 48억 1100만 원 중 23억 4800만 원이 미반환 상태다.

현행 환수 절차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선관위는 반환명령에 불응하는 경우 관할 세무서에 징수 위탁을 의뢰하고, 소멸시효 연장을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그러나 2019년 이후 제기한 소멸시효 연장 소송 38건 가운데 징수 불가 판정받은 건수는 24건(63%)으로, 이 중 승소했는데도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21건이다. 징수 완료는 5건(13%)에 그쳤다.

징수 불가 사유로는 재산 없음·은닉·사망·행방불명 등이 꼽힌다. 반환 의무자가 재산을 처분한다면 사실상 손을 쓸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2020년에는 소 제기 가능 기간이 이미 지나 소송조차 하지 못한 사례도 2건이나 됐다. 1억 6200만 원의 혈세가 손도 써보지 못한 채 그대로 '증발'한 셈이다.

문제는 현행 제도상 선거비용 반환명령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추가로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제22대 국회에서는 제도 개선을 위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대표적으로 나경원 의원은 기탁금 및 선거비용 반환·징수 등에 대한 소멸시효를 20년으로 상향하고 체납자 인적 사항 공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주진우 의원은 재산 은닉·탈루 시 벌칙을 신설하고 추천 정당 재산을 압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선관위 역시 '당선무효 선거 보전금 환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지난 1월 26일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당선을 무효로 하는 선거범죄로 기소·고발된 경우, 기탁금 반환 및 선거비용 보전을 유예하고 불기소 처분 및 무죄 확정 뒤에 지급하거나 미반환자의 인적 사항을 공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인적 사항 공개 제도의 경우, 구체적으로 △미반환자 인적 사항과 반환 사유, 미반환 금액 등 위원회 홈페이지 공개 △소속 정당에 미반환자 명단 통보 △공직선거법 후보자 등록 시 후보자 정보공개자료에 해당 선거와 미반환 금액 기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현재로서는 개인정보 보호법과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명단이 공개되지 않는다.

박덕흠 의원은 당선무효 판결을 받고 국가가 지원한 선거 비용을 반환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혈세 낭비라면서 반환명령 불이행 시 제재를 강화하고 재산 은닉을 막을 수 있는 선제적 조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용희 기자

박덕흠 의원은 "당선무효 판결을 받고 국가가 지원한 선거 비용을 반환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혈세 낭비"라면서 "반환명령 불이행 시 제재를 강화하고 재산 은닉을 막을 수 있는 선제적 조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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