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서다빈 기자] 보건복지부가 임신중지 의약품인 이른바 '미프진'의 품목허가가 현행 모자보건법에 위반된다고 볼만한 규정이 없다는 공식 검토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복지부가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 제도화를 추진해 온 적은 있지만, 현행법 아래에서도 의약품 품목허가 자체를 가로막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제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법령해석 질의에 대한 검토 결과에서 "현행 모자보건법은 인공임신중절 수술의 정의와 허용 한계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임신중지 약물에 대한 품목허가가 모자보건법에 위반됐다고 볼만한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임신중지를 원칙적으로 금지·처벌하던 형법상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 관련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21년 1월부터 효력을 상실한 점도 함께 짚었다. 그동안 임신중지약 허가 지연의 주요 쟁점으로 꼽혀온 '입법 공백'에 대해 모자보건법 소관 부처인 복지부가 현행법상 품목허가를 가로막는 규정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실제 식약처는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하면서 임신중지 의약품의 기준·시험방법과 제조·품질관리기준 등에 대한 심사는 완료했지만, 효능·효과와 용법·용량, 위해성관리계획을 심사하려면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으로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 허용 여부와 허용 기간이 먼저 정해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식약처가 제기한 이 같은 법적 쟁점에 대해 복지부에 이어 법제처도 품목허가 자체가 모자보건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제처는 지난달 19일 식약처에 임신중지약물에 대한 수입품목허가는 모자보건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회신했다. 또 안전성·유효성 등 법령상 허가에 필요한 요건을 갖춘 경우 식약처의 수입품목허가는 '기속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제처는 현행 모자보건법이 의사의 ‘수술’을 규율할 뿐 임신중지약물이나 그 수입품목허가의 허용·금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봤다. 의약품 품목허가는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 등을 심사해 수입과 유통을 허용하는 행정처분인 반면, 모자보건법은 의사의 수술행위에 대한 허용 한계를 정하고 있어 규율 목적과 대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법에 수술 방식만 규정돼 있다는 이유로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까지 금지된다고 해석하는 것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제처는 모자보건법상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 규정을 반대해석해 법에 명시되지 않은 방식의 임신중지가 금지된다는 효과를 도출하는 것은 명문의 근거 없이 새로운 제한을 만드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성이 확인된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막는 것이 모자보건법의 입법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도 내놨다. 모성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한다는 법의 목적을 고려하면 안전성이 확인된 임신중지 의약품까지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입법 취지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허가 요건을 충족한 경우 식약처가 허가 여부를 재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법제처는 ‘기속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약사법이 허가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 식약처장이 "허가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허가요건 외 다른 사유로 허가 여부를 결정할 별도의 재량 기준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제처는 이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가해야 한다고 봤다.
복지부도 앞서 2020년 인공임신중절 방법에 기존 수술뿐 아니라 '약물 투여 등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을 추가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정부안으로 제출한 바 있다. 다만 해당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복지부가 모자보건법상 품목허가를 가로막는 규정이 없다고 판단하고, 법제처까지 법정 허가요건을 충족한 경우 품목허가는 기속행위라고 해석하면서 입법 공백 자체를 이유로 허가를 미룰 여지는 한층 좁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향후 허가 여부는 사실상 식약처가 안전성·유효성, 품질 및 위해성관리계획 등 약사법상 허가 요건을 어떻게 심사·판단하느냐에 달리게 된 것이다.
현재 식약처는 현대약품이 신청한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복합제 '미프지미소정'의 품목허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약품은 2024년 12월 세 번째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불법 해외 구매 등에 따른 안전 문제를 지적하며 임신중지 의약품을 제도권 안에서 사용할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한 뒤 관계부처 논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모자보건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복지부도 모자보건법상 품목허가를 막을 규정이 없다고 했고, 법제처도 허가 요건을 갖추면 기속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이제 식약처가 '입법 공백'을 이유로 심사를 더 늦출 명분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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