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전격 단행한 2기 개각과 여권발 각종 현안이 정치권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존재감이 눈에 띄게 약화하고 있다. 당내에선 이를 두고 재정비의 기회라는 평가와 대안 세력으로서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린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국민의힘이 비운 '야당의 공간'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이재명 정부의 개각을 비롯해 여권에서 촉발된 주요 현안이 잇따라 정국의 중심에 서면서 국민의힘이 정치적 주도권을 확보할 공간이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자인 김승원 의원 등을 둘러싼 논란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른바 '여권발 이슈 블랙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국민의힘은 여론의 시야에서 한발 밀려난 모습이다.
당내 평가는 엇갈린다. 여권이 국정 운영 과정에서 실책을 드러낼 경우 야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당내 갈등에서 벗어나 조직과 정책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면서 "여당일 때보다 심적으로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내 계파 갈등이 소강 상태로 접어든 이후에 의원들이 각 상임위원회 활동과 지역 민생 현안 챙기기에 집중하는 흐름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반면 대중의 관심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제1야당이 대안세력으로서 이미지를 구축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이 유권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지 못하면 차기 정권 교체의 동력 자체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의 시선은 한동훈 의원의 행보로 향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제명돼 현재 무소속 신분인 한 의원이 오히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보다 뚜렷한 야당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한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2기 개각 직후부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 이른바 '신약 청탁' 의혹에 이어 '비자금' 문제까지 잇따라 제기하며 검증 공세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한 의원은 지난 3일 하루에만 페이스북 31건의 게시물을 올렸고, 이 가운데 24건이 김 후보자를 겨냥한 내용이었다. 검사 출신의 한 의원이 김 후보자 검증의 전면에 나서면서 여론의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9월 첫째 주 조사에서 한 의원은 차기 대통령감 선호도 9%로 처음으로 단독 1위에 올랐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7%)와 오세훈 서울시장(5%),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각 4%)가 뒤를 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301명) 중에선 한 의원이 18%로 선두를 달렸고, 오 시장(14%), 장 대표(11%) 순이었다.
PK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원래 야당에는 정보가 잘 넘어오지 않는다"며 "그런데 최근 한 의원 쪽으로 고급 정보가 계속 넘어가는 것은, 그를 차기 지도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설문조사는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0.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