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정채영·이태훈 기자] 비례대표 의원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에도 의원직을 지키려 하면서 '겸직 논란'이 일고 있다. '하나도 놓지 않겠다'는 용 후보자를 향한 여론의 비판이 커지면서 더불어민주당도 향후 대응을 두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용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 확산할 경우 이재명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강선우 당시 민주당 의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 후보자는 겸직 논란에 휩싸여 있다. 통상 비례대표 의원은 다음 순번 후보자가 의원직을 승계하면 의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큼, 입각 시 의원직을 사퇴하는 게 당연시됐다. 그런데 용 후보자는 자신이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기본소득당이 원외 정당으로 전락해 사실상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되므로 의원직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용 후보자의 행보에 대해 '자신의 장관직'과 '기본소득당의 원내 정당 지위'를 동시에 챙기려는 이기적인 행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특히 기본소득당의 원내 정당 지위 유지 목적이 보좌진의 급여 수령이나 국고보조금 확보 등과 같이 대부분 '금전'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비판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용 후보자를 향한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인 만큼 용 후보자에 대한 민주당 차원의 비판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장관직과 의원직을 모두 지키려는 용 후보자의 태도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새어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내에서는 '민주당에 그렇게 사람이 없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민주당 안에도 좋은 여성 인재들이 많은데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민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인사청문회 통과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결국 후보자 본인에게도 좋은 인사가 아닐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번 인선 논란이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호남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인사가 호남을 비롯한 기존 지지층의 민심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며 "오히려 왜 이런 인사를 했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용 후보자 역시 청문 과정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수 있어 본인에게도 좋은 선택인지 의문"이라며 "좋은 의도로 한 인사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지지층 결집 효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
용 후보자에 대한 여론의 비토가 잦아들지 않을 경우 민주당도 인사청문회에서 용 후보자를 적극 방어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용 후보자를 둘러싼 겸직 논란은 '무엇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기득권적 태도에 기인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가뜩이나 청년층 지지율 약세로 고민을 겪고 있는 민주당으로선 국정 동력의 추가 소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용혜인 지키기'에 무조건 나서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권에서는 앞서 이재명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강선우 당시 민주당 의원의 낙마 사례도 거론된다. 강 의원은 지난해 6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보좌진 갑질과 거짓 해명 논란이 확산하면서 지명 한 달 만에 자진 사퇴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국회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며 사실상 임명 수순을 밟았지만, 여론 악화가 계속되자 강 의원이 스스로 물러났다.
강 의원은 사퇴 당시 이 대통령에게 죄송하다는 뜻과 함께 민주당에도 큰 부담을 줬다고 밝혔다. 현역 의원이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한 첫 사례였던 만큼, 당내에서는 용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 역시 청문 정국에서 확대될 경우 정부와 당에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통화에서 "용 후보자가 장관이 됐을 때 정부·여당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서야 민주당도 (청문회에서) 용 후보자를 보호하는 것인데, 논란이 있는 용 후보자를 무조건 감쌌다가는 되려 (지지율 하락 등) 민주당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소위 '식구'가 아닌데, 민주당에서 마지막까지 용 후보자를 지키려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미 용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을 향한 검증 공세도 시작됐다. 용 후보자 배우자인 박기홍 기본소득당 전략기획부총장이 과거 청년정치공동체 대표 시절 여성 활동가 차별·배제 문제 등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사실이 알려졌고, 용 후보자가 2020~2024년 정치자금 가운데 절반 이상인 약 3억 원을 특별당비로 당에 납부한 사실도 전해졌다. 기본소득당은 관련 의혹에 대해 소수정당 운영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반박하고 있다.
자신을 향한 수많은 비판에도 용 후보자는 '정면돌파'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2일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 준비 집무실에 첫 출근해 본격적으로 청문회 준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