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속도 내는 정부…입법은 여야 대치에 '제자리'


여야, 주택공급 법안 처리 필요성엔 공감
'국회법 개정안' 대치에 13일 본회의 무산
9·7 대책 후속 법안 11개월째 국회 계류

여야가 주택 공급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대치를 이어가면서 13일 본회의가 결국 무산됐다. 사진은 조정식 국회의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형사소송법 개정안 가결을 선언하고 있는 모습./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정채영 기자] 정부와 여당이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국회 입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여야가 주택 공급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 필요성에는 뜻을 같이하면서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기간 단축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맞서면서 8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가 공급 대책까지 내놓은 상황에서 기존 공급 대책의 후속 입법은 다시 미뤄지게 됐다.

여야는 13일 끝내 본회의 개최 일정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본회의를 열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달 초부터 민생·경제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회를 촉구해 왔지만, 국민의힘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민생입법 방해·5.18 역사 왜곡 국민의힘 규탄대회'에서 "주택 공급을 외치면서도 공급 촉진을 위한 법안 처리는 거부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안들을 원내지도부가 본회의에 올릴지 말지 고르는 촌극을 펼치며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주택법, 공공주택 특별법 등 주택 공급 관련 법안들은 본회의 처리만 남겨두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9월 발표한 9·7 주택공급 대책의 후속 입법이 11개월 가까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부는 법 개정을 기다리는 사업이 적지 않은 만큼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정비사업 절차 단축 등 실질적인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국회법 개정안을 이유로 본회의 개최에 응하지 않으면서 주택 공급 등 민생법안 처리까지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은 민주당 의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생입법 방해·5.18 역사 왜곡 국민의힘 규탄대회에 참석해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남용희 기자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날 수도권에 23만호+α를 추가 공급하는 내용의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7 대책에서 제시한 수도권 135만호 착공 목표의 이행력을 높이는 동시에 신규택지 10만호 등을 추가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가 기존 공급대책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추가 공급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정작 기존 대책을 뒷받침할 입법은 국회에 묶여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본회의 개최에 응하지 않는 배경에는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의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가 회기 종료와 함께 종결돼 다음 본회의가 열리면 표결 절차를 밟게 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쟁점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결국 국회법 개정안을 막기 위해 본회의 자체를 열지 않으면서 시급한 주택 공급 법안까지 함께 발이 묶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집값과 주택 공급 문제가 주요 민생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13일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관련 법안 처리도 다시 미뤄지게 됐다.

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려면 공공 부문뿐 아니라 민간 부문의 규제를 완화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들을 빨리 상정해 처리해야 한다"며 "도시정비법 등 본회의 상정을 앞둔 법안들은 대체로 규제를 완화하고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인 만큼 이를 막을 이유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0일 본회의를 열자는 입장이다.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한 입법의 향방도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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