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태훈·서다빈 기자] 조국혁신당 사무처가 22대 국회 초창기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특정 인사 의원실 의무 채용' 지침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의 고유 권한인 의원실 직원 채용 절차를 당이 침해한 것인데, 국정감사와 같은 중요 의정 활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혁신당 사무처는 2024년 4·10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자당 의원들에게 특정 인사에 대한 의원실 채용을 요구했다고 한다. '당세가 작아 창당 과정에서 힘을 보탠 이들을 모두 당직자로 받아줄 수 없으니, 의원실에서 이들을 배려하는 차원으로 고용해 달라'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이는 사무처의 월권이라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왔다. 보좌진은 의원의 의정 활동을 가장 근거리에서 돕는 이들로, 보좌진에 대한 임면권은 오롯이 의원의 고유 권한이다. 실제 사무처의 요구로 12곳의 혁신당 의원실 중 상당수 의원실이 사무처가 지정한 인물들을 보좌진으로 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으로선 자신이 직접 검증하지 못한 인사를 채용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취재 결과, 이같은 요구에 부당함을 느껴 반발하고 채용을 거부한 의원실도 있었다.
사무처의 요구로 22대 국회 초기 특정 인물을 채용했다는 한 혁신당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당이 작고 돈도 없어 창당 과정에서 같이 애써온 동지들을 모두 당직자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우니, 의원실에서 2명 정도씩은 써주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런데 (사무처에서) 채용을 요구한 사람들이 (창당 과정에서) 전혀 못 보던 사람들이었다"고 주장했다.
혁신당 사무처가 자당 의원들에게 요구한 '인력 채용'이 의원실 핵심 전력인 4~6급 상당에 집중됐다는 점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4급은 의원실 최고 직책인 '보좌관'에 해당하는 직급으로, 의원의 입법·정책 및 정무 활동 전반을 보좌하는 의원실 핵심 인력이다. 5~6급 또한 의원실 인력 중 선임 및 중간 관리급으로, 상임위·입법·정책·홍보 등 실무를 관리·담당하는 주요 인력이다.
한곳의 의원실이 인턴 비서관을 제외하고 정식으로 채용할 수 있는 인력이 8명(4급 보좌관 2명, 5급 선임비서관 2명, 6급·7급·8급·9급 비서관 각 1명)으로 제한되는 점을 고려할 때, 혁신당 사무처의 이런 '특정 인사 의원실 채용 요구'는 신생 정당이라는 배경을 고려하더라도 과중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의원이 직접 검증하지 않은 인사들이 의원실 핵심 인력으로 채용되면서, 의원실 업무가 몰리는 국정감사 시기 당시 일부 혁신당 의원실은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또 다른 혁신당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만약 사무처 요구로 각 의원실에 채용된 인력들이 성과를 냈다면 지금까지 의원실에 남아 있지 않았겠느냐"며 "그때 채용된 인력은 지금 전혀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특정 인사 의원실 의무 채용' 지침이 내려질 당시 혁신당 사무총장은 황현선 현 혁신당 최고위원이었다. 현재 당 사무총장인 정춘생 의원은 통화에서 당시 당 사무처의 지침에 대해 "창당 과정에서 함께 노력했던 사람들 중 역량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보좌진으로 채용해 같이 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의원의 보좌진 채용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라는 지적에 대해선 "(당시 채용된 사람들은) 선거 과정에서 다 같이 봤던, 검증된 사람들"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