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정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당권 경쟁이 고소·고발과 징계전으로 번지고 있다. 당권 주자들이 초박빙 승부를 이어가는 가운데 상대 후보 측을 겨냥한 불법 선거운동과 외부 세력 개입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되면서다. 당의 미래를 논의해야 할 전당대회가 상대 후보의 책임을 묻는 네거티브 공방으로 흐르면서 선거 이후 당내 갈등 봉합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 후보 측은 전날 김민석 후보를 돕기 위해 전남광주 북구을 지역위원회 사무실에서 이른바 '불법 전화방'을 운영했다는 의혹에 대해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전남광주 북구을을 지역구로 둔 전진숙 민주당 의원 측이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를 돌리고, 이 과정에서 경선운동원에게 금품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게 정 후보 측의 주장이다.
정 후보 측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자신을 김 후보를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라고 소개한 A 씨는 전 의원의 사무실에서 전화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전화를 받은 B 씨가 이 같은 활동이 불법 아니냐는 취지로 지적하자 A 씨는 안내받은 대로 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정 후보 측이 공개한 또 다른 녹취록에는 경선운동원에게 일당을 지급한 것으로 의심되는 내용도 담겼다.
정 후보 측은 앞선 지역 순회 경선 과정에서도 '불법 전화방' 의혹을 거듭 제기해 왔다. 결국 의혹 제기에 그치지 않고 전 의원을 당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에 고발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히면서 후보 간 공방은 사법적 대응 단계로 번졌다. 공직선거법은 당내 경선에서 법이 정한 방법 외의 경선운동을 제한하고 있다.
전 의원 측도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당원과 자원봉사자들이 개인 휴대전화로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김 후보 지지를 호소했을 뿐 불법 전화방을 운영하거나 금품을 제공하기로 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 의원은 중앙당 윤리감찰단 징계 청구와 무고죄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쪽이 경찰 고발을 예고하자 다른 쪽도 당내 징계와 무고죄 고발 카드를 꺼내 들면서 공방이 한층 격화된 셈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법적 대응과 징계 절차가 거론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경선 초반 김 후보 측이 신천지 신도들의 민주당 입당과 전당대회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자 정 후보는 당대표가 될 경우 해당 의혹에 대한 윤리감찰을 지시하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관련자를 윤리심판원에 제소하겠다고 맞섰다.
결국 전당대회 초반 신천지 의혹을 둘러싸고 등장했던 '윤리감찰·징계' 공방이 막판에는 '불법 전화방' 의혹을 둘러싼 경찰 고발과 무고죄 고발 공방으로 옮겨붙은 모습이다. 특히 김전당대회의 막바지 승부를 가를 호남과 수도권 경선을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도 한층 날카로워지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앞선 경선에서 두 후보 간 격차가 3000표 안팎에 불과한 데다 아직 전체 표의 70% 이상이 남아 있어 정 후보 입장에서는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있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경선이 과열되면서 공방도 더 심해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안팎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전당대회가 차기 지도부의 정책과 노선을 제시하는 경쟁보다 상대 후보의 불법·부정 의혹을 제기하고 사법·징계 절차를 거론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선거가 끝난 뒤에도 감정의 골이 쉽게 메워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민주당 의원은 "법적인 대응을 운운하는 것이 표심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미래 민주당이 미래 의제를 끌고 가는 데 내용적인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네거티브 공방에 매몰되면서 정작 당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가 끝나면 승자가 상대를 끌어안고 통합해 가겠다는 신호가 나와야 하는데, 실제 윤리위 제소나 법적 대응까지 강행한다면 갈등을 봉합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전당대회는 전쟁이 아니라 당내 경선이고, 끝나면 상대도 함께 당에서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며 "지지자들이 감정적으로 갈 수는 있어도 정치 지도자들은 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