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시험대에 놓였다. 여당의 몰아치는 입법에도 야권 연대가 사실상 실종된 데다, 핵심 지지기반마저 약화하고 당내에서는 '정이한 사태'를 둘러싼 내부 폭로까지 터져 나오면서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야권 연대는 사실상 실종됐다. 국민의힘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투쟁 노선을 걷고 있다. 이는 지난 2차 종합특검법 필리버스터 당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국민의힘과 협의를 거쳐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섰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 대표는 지난달 21일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선관위 특검법 등 야권 공통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유의미한 공조를 이루지 못했다. 선관위 특검법을 둘러싸고 야권 내 균열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대표는 정 원내대표에게 "특검 추천권을 제3지대인 개혁신당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 대표와 이주영 의원 등 개혁신당 의원 2명은 선관위 특검법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 대표는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점식 원내대표를 만났을 때도 누구보다 이 사안에서 굉장히 자유로운 개혁신당이 (특검을) 추천하는 게 맞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그런 주장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아 반대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보수야권 연대가 희미해지는 사이, 이 대표의 지지기반도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젠더 갈등에 의한 2030 남성의 지지가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기반이었는데, 지금은 젠더 갈등이 상당히 완화됐다"며 "6·3 지방선거에서 2030 여성이 오히려 국민의힘 후보를 더 찍은 것을 보면 이준석의 정치 기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엄 소장은 개혁신당을 두고 "정체성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합리적 보수에 대한 정체성을 국민의힘에 빼앗겨 개혁신당만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당내 잡음도 이어지고 있다.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음료 테러 자작극 논란으로 사법적 판단을 받는 가운데,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으면서다. 최현수 개혁신당 광주시당위원장은 지난달 20일 탈당하며 이준석 지도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부산시장 후보의 피습 자작극 사건은 예고된 참사였고 현장 경고를 외면한 이준석 지도부 시스템이 낳은 필연적 결말"이라며 "저러다 큰 사고 터진다는 말이 시도당위원장과 당협위원장들 사이서 오래전부터 나왔다"고 주장했다. 또 "지도부가 공천 실패를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문책이나 징계 조치는 없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당장 개혁신당과의 합당 유인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당 존폐 기로에 놓인 개혁신당이 정이한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연대를 하는 것이 오히려 개혁신당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당의 판단 아니겠느냐"면서 "이 대표가 당에 들어오는 것은 필요하지만,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내우외환의 개혁신당은 최근 여러 사회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잇따라 내놓으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야권 내 핵심 인사들과도 척을 지며 사실상 정치적 고립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지금 활로를 찾지 못하면 다음 총선에서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 겸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의 생각도, 개혁신당 시스템도 모두 리셋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이 대표가 더 유연해지고 통 큰 정치로 탈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동훈 무소속 의원·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에게 먼저 다가가는 시도를 해야 활로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