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개호 "공직사회 화학적 결합, 전남광주 통합 성패 핵심 열쇠"


공직 31년 'FM 공무원' 출신 행정전문가
"2030 청년 신뢰, 도덕성 회복이 먼저"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년간의 공직 생활을 거쳐 정치에 입문하게 된 배경과 공직 시절을 회고했다. 사진은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국회=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정채영 기자] 1980년대 광주와 전남이 분리되기 전, 전남도청에는 새마을 지도과가 있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첫 발령지다. 공직 시절 남다른 친화력과 성실함으로 중앙과 지방을 아우르며 신망을 얻은 그는 자연스럽게 정치권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았다.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만난 이 의원은 공직자 특유의 성실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본회의는 절대 안 빠진다. 공무원 출신이라 몸에 배어있다"며 웃어 보였다. 행정사무관으로 시작해 1급 공무원에 오르기까지 31년간 성실히 걸어온 공직 생활은 직함보다 태도로 깊게 남아 있었다.

'FM 공무원'이던 그가 정계 입문을 결심한 계기는 이명박 정부 시절 겪은 핍박과 인사 불이익이었다. 이 의원은 "당시 호남 성향이라는 이유로 인사에서 번번이 밀려났고 사찰까지 받았다"며 "더는 이 정권에서 공직을 이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전남 행정부지사로 내려가 3년여 동안 지역 현안을 챙기며 정치적 기반을 다졌다.

그리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전남도지사 출마로 치러진 2014년 7·30 재보궐선거(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에서 당선되며 제19대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3년 넘게 공을 들여온 결실이었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는 광주·전남을 덮친 국민의당 '녹색 바람' 속에서도 광주·전남 지역 유일의 민주당 당선인으로 생환하며 입지를 입증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겸손함과 유머를 잃지 않았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남 행정부지사를 거쳐 2014년 국회에 입성한 뒤 2016년 총선에서 광주·전남 지역 민주당 유일의 당선인으로 생환하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국회=남용희 기자

이 의원은 "광주·전남에서 민주당으로 혼자 살아남았을 때, 한국풍수학회에서 우리 집안 산소를 다 둘러보고 갔다"며 "그중 증조할머니 산소가 최고 명당이라고 하길래 '허허' 웃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정치적 역량보다 조상의 덕으로 공을 돌리는 겸손이었다.

농담으로 웃어넘겼지만, 30년 넘게 지역에 뿌리를 내린 행정 전문가로서 안목은 날카로웠다. 이 의원은 광주·전남 통합의 성패를 가를 핵심 열쇠로 '공직사회의 화학적 결합'을 꼽았다. 현재 통합 청사의 위치와 기능 배치를 둘러싼 대립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그는 외형적인 청사 위치 다툼보다 광주시와 전남도 공무원 조직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일이 우선이라고 봤다. 그는 "공무원 조직의 칸막이를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두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통합 특별시장의 가장 큰 숙제"라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하는 추진 로드맵은 단순한 행정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광주·무안·동부권 3개 청사의 기능을 균형 있게 분산 운영해 지역 간 소외감을 없애고, 미래 첨단산업 육성과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이라는 '양 날개'를 달아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 의원은 "시도민 전체가 통합의 결실을 삶 속에서 직접 체감하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한 통합의 로드맵"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역 의료 문제 역시 시급히 풀어야 할 현안으로 짚었다. 이 의원은 "의대만 주고 병원은 따로 분리하는 방식으로는 지역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결국 의대는 목포대와 순천대를 아우르는 '투 캠퍼스' 체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 의료 시설 확충은 대학병원 설립이 아니더라도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의대 신설 논의를 신속히 매듭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로 인구와 자원이 집중되는, 이른바 '빨대 현상'과 농촌 소멸 문제도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이 의원은 광주 중심의 집중 현상에 대해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면서도 "광주가 성장한 성과를 어떻게 전남 지역 전체와 공유할지 특별시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농어촌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지역에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소득 기반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일정 수준의 소득이 보장돼야 지역이 버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광주·전남 통합의 핵심 과제로 공직사회의 화학적 결합을 꼽으며 지역 의료와 농어촌 소멸 문제 해결 방안도 제시했다./국회=남용희 기자

지역 현안을 풀어낸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민주당의 미래로 향했다. 이 의원은 최근 뉴미디어 발달과 정치 환경 변화로 인해 유튜브와 강경 발언이 주목받으면서 당이 초·재선 중심 구조로 변했고 중진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초·재선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방식이 유권자들에게 오랫동안 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험 있는 중진들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당 지도부도 중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청년층(2030)의 민주당 이탈 현상에 대해서는 뼈아픈 반성이 이어졌다. 이 의원은 "청년들이 민주당을 '위선적'이라고 바라보는 인식이 있다"며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을 바로잡지 못하면 신뢰 회복은 어렵다. 공정하고 원칙 있는 행동으로 도덕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러한 진단의 배경에는 최근 30대인 아들과 나눈 솔직한 대화가 있었다. 이 의원은 "아들에게 '너나 네 친구들은 왜 민주당을 싫어하냐'고 물으니, 친구들이 민주당을 많이 싫어한다고 했다"며 "너무 놀라서 '그러면 아빠는 어쩌냐' 했더니 '그래도 아빠 정도면 훌륭하지'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웃음 섞인 회상이었지만, 청년층이 느낀 실망감의 깊이를 체감한 순간이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며 자신의 의지로 정치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소회를 전했다. /국회=남용희 기자

공직 31년, 정치 인생 15년 차. 'FM 공무원'으로 시작해 중진 정치인이 된 그에게 정치는 여전히 '무거운 책임감'이다. 공무원 시절 중앙과 지방을 아우르며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간부상'을 휩쓸었던 그는 정계 입문 이후에도 상임위원장,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장관에 이르기까지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정치가로서 걸어온 길 역시 화려했지만, 그는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이 의원은 "공무원 시절에는 나름대로 인정받고 선망받는 공직자였는데, 정치인으로서는 과연 그때만큼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 늘 돌아보게 된다"고 솔직한 성찰을 털어놓았다.

그는 "정치인은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정치는 개인의 성공이 아닌 국가와 지역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며 "박수 칠 때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늘 마음에 품고 있다. 언젠가는 내 의지로 정치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소회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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