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30일 2026 북중미 월드컵 부진과 대한축구협회 운영 전반을 점검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었지만, 핵심 증인들이 대부분 의혹을 부인하거나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맹탕 청문회'에 그쳤다.
이날 청문회에서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남아공전을 앞두고 불거진 선수단 인터뷰 보이콧 논란에 대해 "팀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큰 문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홍 전 감독은 "체코와 첫 경기 전인 지난달 8일 '선수단 조롱 사태'가 방송을 통해 송출됐다"며 "(이후 인터뷰를 두고) 의견 충돌은 없었고, 인터뷰를 하고 싶어 하는 선수들도 있는 등 다른 의견은 있었다"고 답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멕시코와의 2차전 뒤 선수단에 '인터뷰를 하라. (보이콧을) 종료하라'고 지시한 것 아니냐"고 묻자 홍 전 감독은 "사실과 다르다. (인터뷰를) 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며 "다른 의견은 있었지만 팀에 영향을 줄 정도의 큰 차이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부적절한 발언 이후 손흥민 등을 비롯한 선수들이 인터뷰를 거부했고, 인터뷰 재개까지 10일이 걸렸다"며 "월드컵은 선수들에게 자신을 알릴 중요한 기회인데 감독으로서 어떤 조치를 했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홍 전 감독은 "체코전이 끝난 뒤 이틀 휴식 후인 14일쯤 선수들이 찾아와 상황을 알게 됐다"며 "크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선수와 협회, 기자단마다 (입장도) 서로 달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홍 전 감독은 남아공전에서 손흥민과 이재성을 선발에서 제외한 것이 인터뷰 보이콧에 따른 보복성 조치라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는 "두 선수가 선발로 나가지 않은 것은 전술적 판단이었다"고 해명했다.
조계원 민주당 의원은 홍 전 감독을 향해 이른바 '빵집 면접' 논란을 언급하며 "국민 모두가 특혜라고 생각한다"며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 같은 성적을 냈던 박항서 감독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홍 전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 감독에 이어 월드컵 대표팀 감독까지 맡았다. 특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홍 전 감독은 "어떠한 특혜도 축구협회에 요구하지 않았다"며 "불공정하게 감독이 된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전강위(전력강화위원회) 위원도 아니었다. 나는 제안을 받고 수락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청문회에서는 대한축구협회의 예산 집행과 정 전 회장의 협회 운영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정 전 회장을 향해 "HDC 주주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마치 사재를 출연한 것처럼 축구협회에 활용하며 생색을 내고 연임에 이용했다는 세간의 의혹과 평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전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사회공헌 활동 차원에서 우리나라 축구 발전을 위해 많이 투자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배 의원은 "회장님이 한 것은 대한민국 축구를 세계 무대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본인의 4선 연임과 국제 축구계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발판으로 축구협회를 활용한 것"이라며 "기업의 위기가 다가올 때는 축구협회를 오히려 방패로 활용했다는 평가가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배 의원은 축구협회가 예산 집행 세부 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대한체육회조차 문화체육관광부에 하나하나 증빙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도 사단법인이고 공직유관단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은 "협회장이라고 해서 제가 어떻게 하라고 지시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저는 이미) 사퇴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청문회 막판에는 정 전 회장과 청문위원인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회의장이 술렁였다.
앞서 서울신문은 윤 의원이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정 전 회장에게 "회장님, 국민의힘 윤용근 의원입니다. 어제 정 선배님한테 연락받았습니다. 더 잘 배려해 드려야 하는데 송구합니다"라고 보내자, 정 전 회장이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자리 말고 다른 자리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라고 답한 문자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이재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정 선배'는 누구냐. 어떤 사람이기에 국회의원 네트워크를 활용해 청문회를 무력화하는 데 역할을 했느냐"며 "청문위원들에게 미리 손을 대려고 한 것 아니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정 전 회장은 "'정 선배'가 누구인지 꼭 말씀드려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문제라 공개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그는 "'정 선배'는 현재는 놀고 계신 분"이라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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