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22대 국회 후반기가 전반기와 데칼코마니다. 진통 끝에 '지각' 원 구성 이후 어렵사리 국회가 정상화되자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반대 속에 쟁점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의회 독주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국민의힘의 총력 투쟁 방침에 따라 당분간 극한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 선거관리위원회 특검법안이 상정됐다. 법안 3개 중 여야가 합의 처리한 선관위 특검법과 달리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소법 개정안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의 최장 심사 기간을 현행 330일에서 90일로 대폭 줄이는 국회법 개정안은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이다.
특히 여야는 형소법 개정안을 두고 가장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민주당은 수사와 기소를 독점한 검찰의 권한을 분산해 정치검찰의 폐해를 없애야 한다며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입법화를 추진해 왔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경찰 수사의 오류를 바로잡고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마지막 안전장치라며 보완수사권 존치를 주장해 왔다.
형소법 개정안에는 검사를 수사 주체에서 완전히 제외하고 대신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대응에 나섰지만 실제 입법을 무력화할 수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이유다. 민주당은 토론 시작 24시간 뒤 재적의원 180명 이상 찬성으로 토론을 강제 종결하고 형소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이러한 '입법 대치' 패턴은 22대 국회 전반기 때와 판박이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쟁점 법안을 강제 입법을 추진하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여론전에 나섰던 경우가 많다. 공소청·중수청법(3월), 국민투표법·제판소원제법·상법 개정안·법왜곡죄법(2월)·가맹사업법·경찰관직무집행법(지난해 12월)·노란봉투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EBS법(지난해 8월) 등을 꼽을 수 있다.
후반기 국회가 개원 54일 만에 겨우 정상화됐지만, 초반부터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는 건 후반기 국회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협치의 정신도 실종된 지 오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쟁점 법안은 물론, 최근 주가 폭락과 집값 상승 등 민생경제 현안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야당 일각에선 정권 종말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대야소 국면에서 의석수를 앞세운 여당에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여론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 열린 규탄대회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와 이재명 대통령 재판 취소를 맞거래한 이 추악한 이면계약은 반드시 이재명 정권의 몰락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