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집권여당다운 국정 비전 경쟁보다 '적통'과 '친명'(친이재명) 경쟁에 매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후보들이 민심보다 당심을 향한 경쟁에 몰두하면서 전당대회가 '그들만의 리그'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 합동연설회에서는 정책 경쟁보다 계파 신경전과 정통성 경쟁이 전면에 부각됐다.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는 정청래 후보는 "뿌리를 자르고 꽃을 피울 수는 없다"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적통'을 강조했다. 그는 범민주 진보 진영과의 연대와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당원 1인 1표제 등을 약속하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후보는 "또다시 '명청 대전'이라는 기사 제목을 보고 싶은가"라며 정 후보를 정조준했다. 유시민 작가의 발언 논란에 대한 침묵과 이른바 '생일별 투표 전략'까지 문제 삼으며 "자기 정치와 사당화로 당정 갈등을 일으키는 당대표는 안 된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후보들 모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강조했지만, 정작 집권여당이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할 민생과 경제, 산업 경쟁력, 저출생, 지역소멸, 외교·안보 등을 둘러싼 비전 경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민 다수가 존치를 요구하는 검찰 보완수사권 문제에서도 대부분 후보가 기존의 전면 폐지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최고위원 선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날 열린 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도 상당수 후보가 검찰개혁과 당정 엇박자, 계파 갈등 등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내놓았다. 반면 김영호 후보는 당내 통합과 원외위원장 지원 확대, 지구당 운영체계 현실화 등을 공약했고, 임미애 후보는 지역 기반 강화와 풀뿌리 민주주의 복원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같은 전당대회 분위기는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 흐름과도 대비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실시해 20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43.1%, 국민의힘은 40.0%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직전 조사보다 1.7%포인트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1.9%포인트 상승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후보들의 시선은 여전히 중도층과 민심보다 핵심 지지층을 향하고 있다. 당 안에서도 이번 전당대회가 계파 경쟁에 매몰되면서 민생과 정책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 후보는 자신을 공격받는 '언더독'으로 포지셔닝하고 있고, 송영길·김민석 후보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이 민주당의 정통성을 잇는 적임자임을 부각하고 있다"며 "방식은 달라도 결국 경쟁의 초점이 국민보다 당심에 맞춰져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정작 집권여당이 국민에게 제시해야 할 비전 경쟁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민생을 놓고 경쟁하기보다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공방만 반복되고 있다"며 "유권자 입장에서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후보들은 대통령의 의중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강성 당원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곧 당과 대통령의 뜻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경계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강조하는 '당원주권'이 자칫 당원의 판단이면 무엇이든 정당화되는 '당원만능주의'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 중심의 정치를 펼치고 있는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를 답습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윤 어게인을 바라보는 국민의힘과 지금의 민주당이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근 민주당의 모습은 국민의힘 장동혁 체제에서 나타났던 흐름과도 닮아 있다"며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민생·경제·국정 비전보다 후보 간 계파 갈등과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경쟁만 부각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지금은 누가 더 '찐명'인지 누가 대통령과 더 가까운지만 다투는 모습"이라며 "당심만 바라보는 경쟁이 계속된다면 중도층과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4.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활용한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이 적용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