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군사적 긴장, 비핵화 협상이라는 틀 속에서 종종 한반도 내부에만 머물러 있다. <더팩트>는 '국경 밖 한반도' 시리즈를 통해 한반도 바깥의 현장에서 포착한 북한의 모습을 조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협력의 실질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조선적 재일동포의 한국 입국을 위한 임시여권(여행증명서) 신청·발급 건수가 최근 5년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각에선 신청 이전 단계에서의 과정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아 수치만으로 현장의 제도 운영이 개선됐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8일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2021~2025년)간 조선적 재일동포 여행증명서 발급 현황'에 따르면 여행증명서 신청 건수는 △2021년 12건 △2022년 94건 △2023년 292건 △2024년 276건 △2025년 300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여행증명서 발급 건수도 신청 건수와 동일해 접수된 신청이 모두 발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발급 거부 사례는 없었다.
조선적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으로 이주하거나 강제동원된 조선 출신들이 해방 이후 일본의 외국인 등록 과정에서 국적란에 '조선'으로 기재되면서 형성된 행정상 표기다. 일본 법무성 출입국재류관리청 통계를 보면 2025년 6월 기준 일본에 거주하는 조선적 재일동포 수는 2만 2711명이다. 이 중 남성은 1만 2449명, 여성은 1만 262명으로 파악됐다.
일본 정부는 현재 조선적을 '옛 조선 호적에 등록돼 있으나 대한민국 국적으로 변경하지 않은 사람'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적 재일동포들은 일본에서는 법적으로 무국적자로 분류된다.
그동안 조선적 재일동포의 여행증명서 신청 과정에서는 일본 주재 한국 공관에서 국적 변경 권유와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 취조에 가까운 면담 등이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발급 건수 증가만으로 조선적 동포의 한국 방문 여건이 개선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경희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외교부 통계는 공식적으로 신청이 접수된 이후 발급 여부를 집계한 결과"라며 "신청 이전 단계에서 창구 상담이나 안내 과정에서 접수를 포기하는 사례 등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급률이 100%라는 수치만으로 현장의 상황이 모두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실제 현장에서 신청 이전 어떤 절차를 거치고 있는지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선거본부에서 일하던 인물이 후쿠오카 총영사로 왔던 시절 조선적 동포의 입국 절차가 다른 공관보다 엄격하게 운영된 사례가 있었다"며 "당시 고향 방문을 위해 입국을 신청한 재일동포가 여러 차례 신청서를 반려당하거나 처리가 지연돼 기한을 넘기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교부 통계에는 보고되지 않는 (신청 이전 단계) 부분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법무부는 이미 2010년대 초반 유권해석을 통해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한반도 출신이라면 자녀의 국적과 관계없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본다고 한 바 있다"며 "외교부가 조선적 재일동포를 무국적자로 취급해 여행증명서를 발급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