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영 기자] 통일부가 1990년대 초 남북 간 핵협상 과정을 담은 회담 문서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도출되기까지의 협상 과정과 상호사찰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 회담 결렬의 배경 등이 담긴 사료다.
통일부는 1991년 12월부터 1993년 1월까지 총 32차례 진행된 남북 핵 문제 협상 과정을 기록한 문서 3836쪽을 공개한다고 30일 밝혔다.
통일부는 "2022년 첫 공개 이후 여덟 번째 남북회담 문서 공개"라며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채택 과정과 남북 대표 간 접촉 및 회담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공개된 문서에서 눈길을 끈 장면은 핵문제 협의 과정에서 특별사찰을 둘러싼 공방 도중 벌어진 이른바 ‘김일성 사진’ 논쟁이다. 고 공로명 당시 외교안보연구원장은 북한의 외세 의존 비판이 이어지자 "외세, 외세 하기 때문에 누가 외세에 의존적이냐, 사대적이냐 하는 사진을 하나 가지고 왔다"며 1992년 12월 15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스탈린과 김일성 주석의 사진을 북측 대표에게 건넸다.
북한 대표였던 최우진 외교부 부부장은 "공 위원장이 넘겨준 사진, 내 쨉니다(찢습니다). 지금"이라고 말하며 사진을 찢으려 했다. 공 전 장관은 "위대한 지도자 사진인데 왜 찢습니까"라고 맞받아쳤다. 북한 측은 "남한이 도발했다"며 반발했고, 공 전 장관도 "왜 대답을 회피하느냐"고 응수하면서 회담장은 한동안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공 전 장관은 최우진 부부장을 향해 "최 위원장은 머리가 안까지고 왜 난 머리가 까졌을까"라고 말하는 장면도 담겼다. 남북이 협상 중 상대에게 ‘놈’, ‘간첩’이라고 비난하는 내용도 기록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비타협적 자세, 우리 정부 측 협상력 부재로 성과는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정승훈 전 남북회담본부장은 "우리 측은 모든 군사·민간 시설에 대한 성역 없는 상호사찰을 요구했는데 북한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내용"이라면서 "우리 입장 관철 위해선 강력한 레버리지(지렛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에는 2022년 공개 당시 비공개됐던 문서 832쪽도 재심의를 거쳐 추가 공개된다. 당시 회담 수행원 명단과 북한 현지에서 풀기자단이 송고한 기사, 남북이 주고받은 협상안과 합의사항 등이 새롭게 공개 대상에 포함됐다.
공개된 회담 문서는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와 북한자료센터, 국립평화통일교육원, 국회도서관, 국회부산도서관, 호남권 통일플러스센터 등에서 열람할 수 있다.
통일부는 "국민 알권리 충족, 회담과정 이해, 학술적 가치 제고와 연구 활성화를 위해 남북회담 문서를 지속적으로 공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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