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북한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핵무력 강화와 대남 적대 노선을 내세웠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겨냥하며 핵보유국 지위 행사를 강조했다. 또 최측근인 조용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당 조직지도부장으로 복귀시키며 당·군 기강 재정비에 착수했다.
23일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과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지난 20~22일 당 중앙위원회 9기 2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전원회의는 당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 당 주요 문제들을 논의하고 의결하는 기구로, 통상 1년에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린다.
♦대남 적대 노선 재확인…비핵화 ‘선 긋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결론에서 "공화국 군사 주권의 핵심이고 전쟁의 억제 및 수행전략 실행에서 중추를 이루는 핵무력을 끊임없이 확대·강화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복합적으로 변화하는 예측불가능한 국제 군사정치 형세에 주동적으로 자신 있게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하고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핵위협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들어와서도 미국과 한국은 지역 내 무력 증강 및 현대화 책동을 날로 노골화하면서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까지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 국가를 정조준한 군사연습들과 정탐 행위(정찰활동)들을 때 없이 감행하며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다"라고 했다.
확장억제 협의체 핵협의그룹(NCG) 6차 회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NCG는 북핵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한국이 미국의 핵 운용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설치된 한미 양자 간 협의체다. 앞서 한국과 미국은 지난 11일 서울에서 NCG 제6차 회의를 열고 북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진행된 여섯 차례의 모의판들에서는 전쟁 방식과 임무절차, 훈련과 운영 요소에 이르기까지 세분화, 구체화된 핵전쟁 각본이 작성됐다"며 "이것은 조선반도 정세를 각일각 핵전쟁 앞으로 떠밀고 있는 이 기구의 범죄적 성격에 대한 뚜렷한 반증으로 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핵요소를 동반해 우리 공화국을 공격하기 위한 핵전쟁기구인 '핵협의그루빠'의 군사적 모의판을 또다시 벌려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대외사업에 대해선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한 우리 당의 대적투쟁 원칙을 철저히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과 미국을 대적투쟁 대상으로 호명하던 데서 나아가 '반제자주역량 대 제국주의'라는 진영적 대립 구도 안에서 대적투쟁을 정식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을 '반제 진영 대결'의 표적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남북 관계를 별도의 민족 내부 트랙이 아니라 대미·반제 대결의 하위 전선으로 흡수했다"고 덧붙였다.
♦조용원, 석달 만 조직비서 복귀…당·군 기강 잡기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조직 개편도 단행됐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조직지도부장이던 김재룡은 직무에서 일괄 해임됐다. 해임 사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던 조용원은 당 조직지도부장으로 복귀했다. 지난 2월 제9차 당대회 이후 약 석 달 만에 조직비서를 교체한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몇 달 만에 교체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조용원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서 소환해 당 조직지도부장으로 빠르게 복귀시킨 것은 북한 권력 구조의 메커니즘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조치"라며 "관료와 군부의 부정부패, 지시 불이행이 김 위원장이 참을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조용원의 복귀는 간부인사, 검열, 감찰감독 등의 필요성이 증대됐다는 것"이라며 "조용원을 앞세워 당뿐만 아니라 군의 기강까지 다시 잡기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김재룡 해임에 대해선 "박희철 부정부패 사건에 대한 미흡한 조치로 실각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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