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정채영·이태훈 기자] 이재명 정부가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지원론'과 '견제론'을 각각 앞세운 여야 공방은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 논란 등 22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회가 다룰 정국 이슈가 가볍지 않은 가운데, 주요 정치인들의 법사위 배정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여야 공방의 최전선인 법사위는 벌써부터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2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 돌입, 치열한 수싸움을 진행 중이다. 상임위원장 배분은 관례에 따라 교섭단체 간 협상 사안이다. 다만 여야 모두 '포기 불가'를 선언한 상임위가 있다. 바로 본회의 상정을 노리는 모든 법안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법사위다.
법사위는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을 본회의로 보내기 전 최종 심사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신속한 입법으로 정부 지원에 나서야 하는 여당과 면밀한 법안 심사로 정부·여당을 견제해야 하는 야당 모두 법사위원장직을 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법사위원장직을 국민의힘이 차지할 경우 국회 과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더라도 최장 330일 동안은 법안 통과를 지연시킬 수 있다.
이를 알고 있는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만큼은 절대 국민의힘에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이 맡겠다"며 "이재명 정부 2년 차 국정 운영과 민생 안정을 위해서 책임 있는 여당이 법사위를 맡아야 한다"고 했다.
여야가 입법 속도 외에도 법사위 주도권을 가져가기를 원하는 이유는 또 있다. 6·3 지방선거 직전 불거진 이 대통령 공소취소 논란이 후반기 법사위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여야 중 법사위원장을 어디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법사위에서 관련 논란이 어느 정도 비중으로 다뤄질지도 달라질 수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는 순간 '대통령 공소취소 논란'이 매번 언급될 것"이라며 "민주당으로선 원치 않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주요 정치인들의 법사위 배정 가능성도 후반기 법사위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법사위는 정쟁의 한복판으로 인식되나, 언론 노출도가 높아 여야 모두에서 선호도가 꽤 높은 상임위로 꼽힌다. 국민의힘에서는 전반기 법사위에서 활동한 주진우·곽규택 의원이 후반기에도 법사위 잔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 의원은 최근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를 두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등 법사위 활동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선과 함께 치러진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무소속 한동훈 의원과 김의겸 민주당 의원의 재회 여부도 관심사다. 두 의원은 과거 국정감사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으로 엮인 악연이 있다. 2022년 김 의원은 당시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의원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 의원,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 수십명이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만났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해당 의혹은 법원에서 허위로 판결났다.
특히 한 의원은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친 뒤 법무부 장관까지 역임한 전형적인 '엘리트 법조인'으로, 법사위가 그의 전문성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상임위로 꼽힌다. 다만 한 의원은 법사위보다는 정무위원회와 재정경제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경제 관련 상임위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구 주민들에게 약속한 경제·산업 분야 공약과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관련 상임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법사위에서 다뤄지는 주요 현안은 어느 상임위에 있더라도 충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의원은 당시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법사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결과적으로도 허위로 결론 난 사안"이라며 "민주당이 김 의원을 다시 법사위에 배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의원의 법사위 배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무위나 국토위 등을 희망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실제로는 법사위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며 "한 의원이 가장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법사위인 만큼 공개적으로 희망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한 의원이 법사위에 들어오면 정치적 무대를 만들어주는 셈"이라며 "의장단도 이를 고려해 법사위에 배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