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총선에서 원내 진출에 성공하며 제3지대 돌풍을 일으켰던 것과 비교하면 존재감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지방선거 이후 이 대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예상 밖의 선전을 거두면서 보수 재편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드는 가운데, 개혁신당의 독자 생존 전략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개혁신당은 창당 이래 처음 치른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 단위 후보를 다수 공천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당은 서울·경기·부산 등 7명의 광역단체장 후보를 포함해 총 185명의 후보를 내고 완주를 자신했지만, 유의미한 득표율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지방선거 당선자는 김기현 화성시의원 1명뿐이었다. 이조차 이 대표 지역구인 경기 화성시을 4인 선거구에서 4위로 당선된 결과였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정철 개혁신당 후보는 0.82%의 득표율로 5위에 머물렀다. 거대 양당 후보는 물론 권영국 정의당 후보(1.04%)와 유지혜 여성의당 후보(0.84%)에도 밀린 결과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정이한 개혁신당 후보 역시 1.56%의 득표율에 그치며 전재수 민주당 후보(50.52%)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47.90%)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당이 사실상 승부수로 내세운 조응천 경기지사 후보도 득표율 4.32%로 고전했다. 민주당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조 후보는 오랜 고민 끝에 개혁신당 소속으로 경기지사 출마를 결심했지만, 추미애 민주당 후보(55.04%)와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39.37%)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특성상 조직력과 지역기반이 중요하지만, 개혁신당의 부진을 단순히 군소정당의 한계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보당이 이번 선거에서 광역의원(7명)·기초의원(34명)을 포함해 41명의 당선인을 배출한 것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국민의힘의 차별화에만 집중하면서 외연 확장의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12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는 이번 선거를 사실상 무전략으로 치렀다"며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무너지기를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은 살아났고, 개혁신당의 입지만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 대표는 선거 기간 국민의힘과의 후보 단일화 요구에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독자 완주 노선을 유지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 국민의힘이 주요 지역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개혁신당의 전략이 재평가 대상이 된 것이다. 전략적 연대를 통해 국민의힘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엄 소장은 "이번 선거에서 보수층 내 '이준석 거부감'을 완화하는 전략이 필요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이 대표의 정치적 시간은 20년 뒤로 밀렸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보수 진영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축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이 대표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과의 합당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당장 합당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현재로선 개혁신당과의 합당을 논의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관련 논의가 불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도 "흩어진 보수를 하나로 모을 필요성은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