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513명이라는 역대 최다 무투표 당선자가 쏟아졌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낡은 지역 구도 속에서 수백만 유권자는 후보를 검증할 기회를 잃었고, 천문학적 예산을 다룰 지역 일꾼들은 아무런 평가 없이 선출됐다. <더팩트>는 총 5편에 걸쳐 '선거 없는 당선'이 초래한 지역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단한다. 무투표 당선의 실태부터 해외 주요국의 대응, 그리고 선거법에 묶인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현행 제도의 모순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수민·이태훈 기자] 단독 입후보에 따른 '무투표 당선'이 급증하면서 유권자의 참정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표 절차가 생략됨에 따라 유권자의 후보자 검증 기회가 원천 차단되고, 결과적으로 수백만 명 유권자의 투표권이 박탈당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더팩트>가 최근 세 차례의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분석한 결과, 무투표 당선자는 꾸준한 증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제7회 지방선거에서 89명에 그쳤던 무투표 당선자는 제8회 선거에서 490명으로 폭증했고, 이번 제9회 선거에선 504명을 기록했다.
무투표 당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유권자의 선거권 행사 권리를 앗아가는 데 있다. 실제로 무투표 당선자가 크게 늘면서, 자의와 무관하게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유권자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의원 선거를 기준으로 2018년 제7회 선거 당시 총 89만 4114명에서 2022년 제8회 선거 떄 503만 1965명으로 5.6배 가량 증가했다. 이번 제9회 선거에서도 408만 5777명의 유권자가 이에 해당한다.
무투표 당선은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뚜렷한 영·호남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올해 치러진 선거에서 광역의원 기준 무투표 당선으로 인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 수는 전남(110만 9226명), 전북(103만 1627명), 경북(90만 3031명)순으로 많았다. 서울(37만 2005), 경기(30만 6886)가 30만 명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제8회 지방선거 당시 대구에서는 136만 9078명의 유권자가 광역의원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해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이어 전북 99만 1151명, 전남 80만 8626명, 경북 69만 8592명, 광주 61만 5337명, 경남 21만 7635명, 서울 17만 8482명 순이었다.
이는 동일한 광역의원 선거를 기준으로 제7회 지방선거 당시 대구(8만 8441명), 광주(11만 9202명) 등에 그쳤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영·호남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했다. 결과적으로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 구도가 유권자들의 정책 평가 및 후보자 검증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투표 당선자들이 임기 동안 다루게 될 예산 규모를 고려할 때, 투표를 통한 검증 생략은 지방재정의 부실 운용 우려로 이어진다. 2026년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총 525조 6599억 원이다. 이번 제9회 지방선거 당선인들이 4년 임기 동안 운영할 지방재정의 규모는 약 21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권한을 쥐지만, 투표라는 공식적인 평가 과정이 빠져 있는 셈이다.
선거에 조 단위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에서도 모순이 발생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예산 자료에 따르면, 제9회 지방선거에 책정된 예산은 총 1조 2454억 원(국비 132억 원, 지방비 1조 2322억 원)이다. 보전경비 5304억 원, 투·개표 관리 1826억 원 등 상당한 예산이 편성되지만, 수백만 명의 유권자는 실제 투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