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1년] '핵잠' 띄운 李…멈췄던 한미 협의 다시 속도전


핵잠 협력 합의 이후 실무 협의 지연
대미 투자·쿠팡 등 비안보 문제 영향
한미 오는 6월 2일 킥오프 회의 개최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은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핵추진잠수함(핵잠) 연료 공급 협력을 공개 요청했다. 사진은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인사를 나누는 모습. /대통령실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째다. 정부는 출범 이후 한미동맹 기반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앞세워 급변하는 안보 환경을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추진해 왔다. 그 일환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핵추진잠수함(핵잠) 연료 공급 협력을 공개 요청했다. 한미 간 핵잠 논의는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관세 갈등과 쿠팡 사태 등 대외 변수로 실무 협의는 약 7개월간 멈춰 섰다. 다만 오는 6월 2일 한미가 조인트 팩트시트(JFS·공동 설명자료)에 담긴 안보 분야 합의 이행을 위한 '킥오프(출범) 회의' 개최하기로 하면서 핵잠 협의가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핵잠은 원자로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잠수함이다. 기존 디젤 잠수함은 배터리 충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해야 하지만 핵잠은 수개월 동안 잠항이 가능해 장기 수중 작전에 유리하다. 속도와 은밀성도 디젤 잠수함보다 뛰어나 전략자산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과 북·중·러 군사 밀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핵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핵잠 도입은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거론됐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비공개 사업 형태로 연구가 진행됐지만 미국의 반대로 중단됐다. 군 내부에선 오랜 기간 숙원 사업으로 불려왔다.

한미 정상 간 합의가 공개적으로 이뤄진 것은 지난해 10월 정상회담에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확대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한 가지 말씀을 추가로 드리고 싶다. 트럼프 대통령께 충분히 설명을 못 드려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핵잠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대통령이 결단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시 발표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는 미국의 한국 핵잠 건조 승인,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 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 디젤 잠수함 대신 핵잠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 간 합의가 공개적으로 이뤄진 것은 지난해 10월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모습. /AP, 뉴시스

◆통상으로 번진 핵잠 협의

지난해 10월 이후 한미 간 핵잠 실무 협의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미국은 핵잠 협상을 위한 대표단 방한 일정을 수차례 연기했다. 외교가에서는 대미 투자 이행 지연이 원인으로 꼽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인트 팩트시트 공개 이후 한국에 빠른 투자계획 수립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한국 국회가 역사적 무역 합의를 비준하지 않았다"며 상호관세를 기존 15%에서 다시 2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 문제도 안보 협의 지연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쿠팡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조사단을 꾸려 쿠팡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쿠팡의 미국 주주들은 지난 1월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 대우해 주가 하락 등의 손실을 입었다며 국제투자분쟁(ISDS)에 중재 의향서를 제출했다.

미국 연방 하원 공화당 의원 모임인 '공화당 연구위원회'(RSC) 소속 의원 54명도 지난 4월 21일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한국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를 즉각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같은 달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베트남 하노이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쿠팡 문제가 한·미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킥오프 회의 개최"…다시 움직이는 핵잠 협의

최근 한미가 안보 분야 후속 협의를 위한 ‘킥오프(출범) 회의’ 개최를 공식화하면서 핵잠 협의에 속도가 붙었다. 외교부는 29일 한미 양국이 내달 2~3일 서울에서 조인트 팩트시트 안보 분야 후속조치 협의를 위한 발족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회의에는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을 비롯한 외교·국방·산업·원자력 분야 범정부 대표단과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을 중심으로 한 미국 측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이다. 양측은 한국의 핵잠 건조와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 안보 분야 합의 이행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핵잠 및 농축·재처리 협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은 현재 우리의 조선 능력이 필요하다"며 "핵잠과 조선 협력이 맞교환되는 구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 관계에서 신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필요한 걸 한국이 제공하기에 필요에 의해 핵잠 협의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최종 목표까지 도달할 수 있을진 아무도 장담 못한다"며 "진행 도중 북한이나 중국의 딴지가 생길 수도 있고,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왕창 깨지면 약속한 것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려는 움직임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핵잠 어젠다가 별개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관세 협정과 대미 2500억 달러 투자,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 등이 모두 맞물려 있는 사안인 만큼, 이런 현안들과 연동되지 않은 채 핵잠 협의만 단독으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지난 26일 '장보고 N사업'이라는 명칭 아래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 2030년대 후반 전력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핵연료는 농축도 20% 미만 저농축우라늄(LEU)을 사용하고, 설계·건조·운용·해체까지 전 주기를 국내 기술 중심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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