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22대 국회가 반환점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여당과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걸핏하면 사사건건 대립했고 그 정쟁의 한복판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있었다. 민생 앞에서는 정파는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협치에 인색한 여야를 중재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원내 안팎에서 우 의장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우 의장의 업적 중 '비상계엄 해제'를 빼놓을 수 없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밤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우 의장은 다음 날인 4일 자정께 의원 전원에게 본회의장 소집령을 내렸다. 한남동 공관에 있던 본인도 국회를 봉쇄한 경찰과 계엄군을 뚫고 국회 외곽 담을 넘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우 의장은 이날 새벽 1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을 진행했고, 결의안은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약 2시간 40분 만에 계엄이 종료된 과정에서 입법부 수장 우 의장이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에 대해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시에도 한밤중 충격적인 비상계엄 사태를 절차적 흠결이 없이 무효화 했던 우 의장의 리더십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5선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우 의장은 계엄과 내란을 극복하고 무산시킨 분"이라며 "역사에 남을 의장"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우 의장이 의회 중심을 잡고 계엄 해제를 선포한 건 역사에 남을 잘한 일"이라면서 "계엄 당시 우 의장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는 말에 동감할 정도"라고 평가했다.
우 의장은 임기 만료 하루 전날인 28일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12·3 비상계엄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헌정질서를 회복한 것"이라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회가 헌정질서 회복을 주도했고, 대내외적으로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국회 역사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였고, 저로서도 큰 보람이었다"라고 자평했다. 아울러 재임 중 투어에 참석한 국민에게 월담 장소, 계엄군 헬기가 착륙했던 운동장 등 계엄 당시 국회 주요 장소를 소개하는 가이드 역할도 맡기도 했었다.
임기 내 여러 조형물을 설치한 데 대한 비판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우 의장은 지난해 제헌절을 맞아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대한민국 국회' 문구가 새겨진 상징석을 국회 잔디광장에 설치했다. 6개월 뒤인 그해 12월엔 계엄 1주년을 맞아 국회 본청 정문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앞서 같은 해 5월엔 광복 80주년을 맞아 민주주의 회복과 국민주권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한 독립기억광장 조성 공사에 3억6000만원이 쓰였다.
이와 관련해 우 의장은 회견에서 "국민주권 정신과 그 역사성을 국회 공간에 새기고, 국민께 열려 있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주의 상징석, 헌법 제1조를 새긴 국회의사당 정문, 독립기억광장과 임시의정원 기념정원은 위대한 우리 국민에 대한 존경의 상징물"이라며 "요즘 이곳들이 국회를 찾는 분들의 사진 명소가 됐다고 한다.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헌법 개정에도 적극적이었다. 우 의장은 임기 동안 줄기차게 개헌 필요성을 설파해 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직접 주도했으나 끝내 임기 내 개헌 기회는 사라졌다. 지난 8일 민주당 주도로 추진한 헌법 개정안 본회의 재상정이 무산됐다. 충분한 숙의와 국민적 공감이 우선돼야 한다며 반대했던 국민의힘이 우 의장이 반복해 본회의 표결을 밀어붙이면 비쟁점 법안을 포함해 필리버스터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데 따른 결과였다.
애초 국민의힘과 합의되지 않은 헌법 개정안이었다. 따라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국민의힘의 협조 없이 민주당과 야권이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는데 우 의장은 본회의를 소집하며 의사일정을 강행했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당(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이 발의했던 개헌안은 5·18 민주화운동 정신과 부마항쟁을 헌법전문에 반영하고, 국가의 지역균형발전 책임과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한 내용이었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의장을 맡으면서 민주당 당적을 버린 우 의장이 쟁점이 있을 때 여당에 조금 더 가까운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간간이 들었다"라면서 "임기 중 개헌안을 처리하고 싶었다고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무리하게 개헌을 추진할 게 아니라 여야 간 합의는 물론 정지 작업을 거친 뒤 추진하는 게 옳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장이라는 직책이 집행부가 아니다 보니 뚜렷하게 어떤 성과를 내세우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자리"라고 덧붙였다.
야당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 출신 중 중립적 의사진행을 했던 인물로 김원기(17대)·박병석(21대) 전 의장을 꼽으면서 "우 의장은 대단히 정파적이었다. 민주당의 총대를 멘 의장이었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은 "합의되지 않은 쟁점 법안에 대해 중립을 지키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라면서 "특히 필리버스터를 중단했던 건 소수 야당의 권리를 침해한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의장은 지난해 12월 9일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토론에 나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해당 법률안과 관련이 없는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는 이유로 발언을 제지했다. 나 의원은 여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추진 등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었다. 야당 의원이 거세게 반발하자 우 의장은 임시 정회를 선포했다. 국민의힘은 61년 만에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중단시킨 전례 없는 의사진행권 폭주라면서 사퇴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우 의장은 "만약에 중립을 여야 양편의 가운데서 가만히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국회는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면서 "우선은 여야 합의가 중요지만 어떻게든 민심의 방향으로 해법을 찾는 것이 지금과 같은 정치구조에서 국회의장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란봉투법, 전세사기특별법, 생명안전기본법 등 민생 관련 법안과 AI 기본법, 반도체특별법 등 미래 대응 입법, 국민연금법 및 국민투표법 등을 주요 입법 성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