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전주·군산·익산=정채영·서다빈 기자] "선거는 바람인데, 이미 바람은 불었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일주일 남긴 27일 전북 전주의 한 유권자가 <더팩트>와 만나 한 말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를 바라보는 지역 민심은 평소처럼 단순한 '더불어민주당 우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 보였다. 민주당 자체를 지지하는 정서는 여전히 강했지만,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이날 <더팩트>가 전주와 군산·익산 일대를 둘러본 결과, 김관영 무소속 후보를 향해서는 '이미 바람이 넘어갔다'는 반응과 도정 운영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반면 이원택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지적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김 후보는 현직 도지사인 만큼 인지도 면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전북대 앞 거리에서 만난 60대 박모 씨는 "김 후보는 군산 사람이라 잘 안다"며 "이 후보는 잘 모르겠다. 결국 아는 사람 뽑게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후보를 둘러싼 돈봉투 의혹이 오히려 동정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반응도 있었다. 전주에서 이용원을 운영하는 60대 이모 씨는 "전북 익산이나 남원, 부안에서도 손님들이 오는데 이야기 들어보면 80%는 김 후보를 찍겠다고 한다"며 "나머지 20%는 이 후보와 학연이나 지연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상하게 이번 전북지사 선거에는 김 후보를 향한 동정이나 감정이 많이 섞인 것 같다"며 "김 후보가 많은 표 차이로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익산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김 후보는 현직 도지사여서 인지도가 있지만 이 후보는 잘 모른다"며 "김 후보의 대리비 대납 의혹은 인간적으로 봤을 때는 좋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데 정치적으로는 해석이 또 다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정치에 관심이 없다.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다 끊는다"고 했다.
전주에서 만난 한 60대 남성은 "들리는 말로는 김 후보가 당선된 후에 돈봉투 의혹으로 재판을 받더라도 당선무효형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법적 자문을 구하고 나왔다더라 "며 "돈봉투 의혹으로 다시 선거를 해야 한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거라는 말이 많다"고 전했다.
젊은 층에서는 후보 자체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았지만, 가족을 통해 후보를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원에서 올라온 전북대생 김모 씨는 "아버지가 김관영이라는 후보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며 "이원택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북대 재학생 이모 씨는 "솔직히 이번 선거에 관심은 없다"면서도 "부모님 손에 끌려 투표장에 갈 것 같다. 부모님이 이재명 대통령을 좋아하셔서 친명 후보를 뽑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반면 일부 유권자들은 김 후보의 도정 운영 방식에 피로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2036년 전북·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추진과 같은 대형 사업은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북대 앞에서 30년째 약국을 운영 중인 강모 씨는 "올림픽 유치는 너무 비현실적"이라며 "홍보다 뭐다 하면서 혈세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전북에서는 이 대통령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민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어서 결국 민주당인 이 후보를 뽑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서는 단순히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 이번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민주당 지도부의 대응 방식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게 감지됐다. 군산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 유권자는 "다른 것도 아니고 억울하다는 감정을 건드려버렸다"며 "나도 민주당원이지만 정청래 대표가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 제명 이후 이어진 정 대표의 공천 대응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다.
전북대 앞 거리에서 만난 50대 윤모 씨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크다. 특히 정 대표가 이해가 안 간다"며 "계속 전북 내려와 얼굴 비추는데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느낌"이라며 "김 후보 일도 그렇고, 새만금 버리고 떠난 김의겸을 공천한 것도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전북을 다시는 무시하지 못하게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정 대표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주에서 30년째 미용실을 운영 중이라는 한 여성도 "우리는 민주당에 의리를 지켜왔는데 이제는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전북은 민주당에 표만 몰아줬지 계속 소외됐다. 정 대표가 전북을 쉽게 보는 것 같아 괘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이번에는 김 후보를 더 응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익산역 앞에서 만난 한 시민은 "뭐가 됐든 이번에는 민주당은 안 뽑겠다. 차라리 국민의힘 후보를 찍어서라도 이 후보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 후보도 잼버리 문제가 있었지만 한 번 경험해 봤으니, 다음에는 더 잘하지 않겠느냐"며 "김 후보가 친명계 인사로 알려진 만큼 대통령실과도 호흡이 맞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역 앞에 걸린 '전북의 이재명'이라는 이 후보의 현수막도 봤다"며 "무슨 이재명이냐. 정 대표와 이 후보가 전북도민 마음에 먹칠을 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전북지사 선거가 단순한 후보 경쟁을 넘어 '정청래 책임론' 성격까지 띠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북 지역의 한 민주당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정 대표가 전북에 오면서 오히려 김 후보의 지지층을 자극한 모양새"라며 "일부 지역에서는 '정 대표가 (지원 유세를)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김 후보가 선전할 경우 "정 대표가 큰일 날 것 같다. 전북뿐 아니라 부산 북갑, 서울, 대구 등 접전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김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정 대표의 연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본다.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고 결국 지선 끝나고 옷을 벗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했다.
지역의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고전하는 배경으로 '정청래 대 김관영' 선거 구도를 꼽았다. 그는 "김 후보는 이번 선거를 이 후보와의 승부라기보다는 '잘못된 공천을 한 정청래와의 싸움'으로 프레임화했다"며 "이 후보는 이를 깨기 위해 보다 강한 태도를 보여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무래도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에서부터 치열함이 없었기에 지금 상황에 이르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물론 선거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이지만, 현재로선 이 후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전북지사 선거가 이렇게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던 바가 없다. 그런 만큼 결과에 따라 정 대표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