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의 이유 있는 분노?…'국힘 개헌 책임론' 꺼낸 속내는


28일 국힘 제외 6당 연석회의 개최
禹, 손편지·면담도 안 통하자 "이해 안 돼" 분노
200억 원대 예산 지출…'책임론' 공방 예상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헌안 본회의 표결을 열흘여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사진은 우 의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헌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헌법개정안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그간 손편지와 면담 등 물밑 설득에 공을 들여온 우 의장이 공개 압박에 나선 것이다. 개헌 무산 시 책임 공방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 의장은 2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힘의 개헌 반대 입장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개헌 반대를) 당론으로 막아서는 이유를 진짜 모르겠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정치를 오래 한 선배로서도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야당의 반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 의장은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국민의힘의 (당론 반대로) 개헌이 무산된다면, 그 모든 책임 역시 국민의힘이 져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을 향해 "최소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기 양심과 소신에 따라 개헌안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내부 기류와 당론과의 괴리를 지적하며 이탈 표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우 의장은 28일 개헌안 발의에 참여한 6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는 국민의힘의 표결 참여를 끌어낼 구체적 방안과 함께, 국민의힘의 집단 불참으로 인한 '정족수 미달' 시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자유한국당의 단체 표결 불참으로 개헌안이 자동폐기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는 확실한 공동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이 개헌 당론 반대를 고수하고 있어 협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초당적 개헌추진을 위한 제정당 2차 연석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한 군소정당 원내대표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선거의 유불리를 따지면서 명분도 안 되는 반대를 하고 있다"며 "권력구조 개편이 포함됐다면 이렇게 몽니를 부리는 것이 이해되지만 지금 가장 기본적인 내용만 수정하겠다고 하는 것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개헌을) 거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고, 최소한 개헌의 첫발을 떼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각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내대표도 "예정돼 있진 않았고, 갑자기 잡힌 일정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개헌 표결을 어떻게 잘 만들어갈지에 대해 의견 교류 정도 차원"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개헌 반대' 당론에 흔들림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이미 정해진 당론이기 때문에 더 이상 당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게 없다"며 "기존의 개헌 반대 당론이 바뀔 여지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표결 불참'까지는 논의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관계자 역시 "국민의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사안이고, 지방선거와 결부시켜 졸속으로 처리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이재명 대통령 중임·연임과도 연결될 수 있는 우려에 대해 분명하게 답하지 않고 있어,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반대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 개헌 찬성 여론에 대해서는 "의장의 개인적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우 의장이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대규모 예산 낭비 우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헌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우 의장이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대규모 예산 낭비 우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헌안이 최종 무산될 시, 사전 준비에 투입된 예산이 고스란히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미 개헌안 국민투표를 전제로 예산 195억 7000만 원 지출을 의결했다. 175개국 재외공관 투표 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국민투표 사전 준비를 위해 2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상황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국회 의결 전, 국민투표법상 헌법 개정안이 공고되면 재외국민투표 업무가 개시돼 200억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며 "개헌안이 실제 의결된 뒤로는 약 1000억 원이 추가로 들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개헌 표결 무산으로 200억 원가량의 손실이 현실화할 경우, 정치권에서 '책임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는 "시대적으로 개헌이 시급하다는 것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이번 개헌안은 과거 독재 유산 중 하나인 제왕적 대통령제는 전혀 손대지 않았다는 점에서 핵심은 다 빠뜨리고 있다"며 "단계적 개헌의 첫 단추로서도 너무 약하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여야 합의는커녕 국민 참여도 아예 없었다"며 "그러다 보니 너무 일방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것"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 의장이) 사전에 협의를 일절 안 하고 일방적으로 던져놓고 무조건 그대로 받아드리라고 하는데, 개헌안은 중간에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정 전에 (국민의힘과) 협의해야 했다"며 "서로 책임 공방이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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