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살리기' 나선 김정은?…北, 조총련 29억 지원 속내


한화 약 29억 3400만원 지원
"조총련 중심 재일동포 결속"
북일 관계 변수 가능성 '신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재일조선인총연합회에 역대 최대 규모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사진은 2019년 4월 25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회담하는 김 위원장 모습. /뉴시스, AP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 역대 최대 규모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북한이 일본 내 조총련을 중심으로 한 재일동포 사회 결속과 영향력 유지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탄생 114돌을 맞아 재일동포 자녀들의 민주주의적 민족교육을 위해 일본 돈 3억 1636만엔(한화 약 29억 3400만 원)의 교육원조비와 장학금을 조총련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번 장학금은 1957년 지원이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1957년부터 김 주석 생일 무렵 조총련에 장학금을 전달해 왔다"며 "최근 3년을 보면 2024년도 3억 400엔(한화 약 27억 8601만 원), 2025년 2억 8700만엔(한화 약 26억 6528만 원), 올해 3억 1636만엔으로 역대 최고액"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조총련을 중심으로 한 재일동포 사회의 내부 결속을 다지고, 충성 기반 확보하려는 조치라고 해석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이 김 위원장 시대 들어와서 (한국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해외 동포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지만 관심도 많이 가졌다"며 "해외 동포들에게 '본국의 뜻을 잘 받들라'는 차원에서 (큰 액수를) 지원하며 달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앞으로 조총련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각종 행사에서 '특별 배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북일 우호 관계 강화를 위해 일본 내 조직 관리에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총련은 북·일 간 수교가 없는 상황에서 일본 내 북한 대사관 역할을 수행해왔다.

조총련 출신인 재일교포 A 씨(남성·50대)는 "북한이 북일 관계를 염두에 둔 선행 투자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달한 역대 최대 규모의 조총련 장학금은 일본에서 위축된 조총련 중심의 재일동포 사회를 결속시키기 위한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오사카조선중고급학교 내부 게시판에 총련 관련해 학생들이 쓴 단시가 붙여져 있는 모습. /오사카=서예원 기자

이를 보여주듯 오는 18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조총련 계열 학교인 조선대학교에서 '4·15절 기념 북일 우호 모임'이 열린다. 모임은 북일 국교 정상화와 우호 증진을 위해 마련됐으며, 호사카 마사히토(북일 우호 촉진 도쿄 의원 연락회 위원장) 등 정치권 인사를 포함한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일본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힌 만큼 북일 간 접점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장학금 전달을 북일 우호 증진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일본에서 위축된 조총련 계열 재일동포 사회의 결속을 노린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실제 조총련과 그 산하기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원은 축소돼 왔다. 일본 정부는 2012년 아베 신조 정권 당시 조총련을 문제 삼아 조총련 산하 교육기관인 조선학교를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본의 11개 광역지자체와 83개 기초지자체가 조선학교나 조선학교 재학생 가정에 지급한 보조금은 총 1억 9439만엔(한화 약 18억 152만 원)으로 전년보다 3700만엔(약 3억 4290만 원) 감소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일본과의 우호 증진보다는 조총련에 대한 지원을 통해 조직 결속과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측면이 크다"고 강조했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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