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정수 기자] 북한이 이재명 대통령의 무인기 유감 표명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힌 직후 미사일 도발을 연속적으로 감행했다. 이 대통령의 사과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정부 해석에 대해서는 비난하는 담화를 내놨다. 남북이 적대적 두 국가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정부의 관계 개선 시도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8일 정부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북한이 원산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수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전날에도 평양 일대에서 동쪽으로 미상의 발사체를 발사했는데, 비행 이상 징후를 보이며 소실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이같은 미사일 도발은 이 대통령이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직후 이뤄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비록 정부의 의도는 아니지만 일부의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유발된 데 대해 북측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 국가수반은 이를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고 전했다.
남북 단절 국면에서 정상 간 입장 교환이 이뤄지자, 정부는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통일부는 지난 7일 김 부장의 담화에 대해 "한반도 평화 공존을 향해 나아가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 대통령의 사과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곧바로 미사일 도발을 단행, 대남 적대 정책은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은 정부의 '평화공존의 진전'이라는 해석을 비난하는 담화를 내놓기도 했다. 북한에서 대남 관계를 담당하는 장금철 외무성 제1부상 겸 10국(옛 통일전선부) 국장은 7일 조선중앙통신에 "한국 측이 우리 정부의 신속한 반응을 놓고 '이례적인 우호적 반응', '정상들 사이의 신속한 호상 의사 확인'으로 받아들이며 개꿈 같은 소리를 한다"고 힐난했다.
북한의 이같은 반응은 제9차 당대회에서 재확인한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공고히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이 대통령의 무인기 유감 표명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을 모색해 보려는 정부의 시도를 차단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정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통화에서 "두 국가론의 연장선상에서 군사적 충돌과 관련한 방지책을 만드는 것 외에 어떠한 형태의 교류 협력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낙관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일종의 쐐기를 박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2023년부터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못 박았기 때문에 과거처럼 대화를 재개하고 당국 간 협의를 한다는 건 북한 입장에서도 모순"이라며 "당분간 이와 같은 입장을 관철하는 데 더 힘을 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여정이 이 대통령의 무인기 관련 사과에 대해 조금 이례적인 담화를 내놓은 데 대해 정부가 고무된 반응을 보이자 장금철이 담화를 통해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이재명 정부로서는 김칫국 먼저 마신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과 상대함에 있어 우리가 원칙을 굽혀가며 우화적, 굴종적으로 나가면 뭔가 이뤄질 것이라는 낭만적인 환상은 절대 금물"이라며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일관성 있게 원칙을 지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는 밝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하루에 두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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