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잘 보여야"…조정훈 사태에 '당협위원장 좌우' 공천 시스템 도마


당협위원장 평가 '20점' 사실상 당락 좌우
'과잉 충성·관행·안일' 구조 비판 속
"당원모집·민원처리 실적 등 수치 평가 늘려야"

서울 마포구갑 지역 시·구의원에게 공천헌금을 수수한 의혹이 제기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공천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이 조정훈 서울 마포갑 당협위원장의 공천 헌금 의혹으로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도서 강매 의혹과 공천 내정설까지 불거지면서, 당협위원장 영향력에 크게 의존하는 현행 공천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 마포갑 당협위원장인 조 의원 측이 지역 시·구의원들로부터 공천 헌금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소영철 서울시의원, 강동오·오옥자 마포구의원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의원 측이 당협 운영비 명목으로 시의원 월 30만원, 구의원 월 20만원씩 18개월간 현금을 걷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단 한 번도 투명하게 공개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의 '도서 강매'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은 "조 의원이 본인의 저서 '이기는 보수'를 시의원에게 100~150권, 구의원에게 100권씩 구매하도록 요청했다"며 "국회의원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명백한 갑질이자 비윤리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서울시당에 제출한 탄원서를 통해 공천 결과 공식 발표 이전 내정자 명단이 공유됐다는 의혹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조 의원은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회비의 존재 자체도 알지 못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불법 정치자금이나 대가성 공천으로 몰아가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관악을 지역에서도 공천 헌금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당은 최근 이성심 당협위원장이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관악을 산하 선거구에 대해 전면 재공모를 실시하고, 당협위원장과 시당 간 공천 관련 협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강동오 서울 마포구의회 다선거구 구의원, 소영철 서울시의회 마포구 제2선거구 시의원, 오옥자 서울 마포구의회 라선거구 구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정훈 당협위원장과 핵심관계자들의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뉴시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공천 과정에서 당협위원장 권한이 과도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A 보좌진은 "공천 과정에서 당협위원장 권한은 그야말로 막중하다"며 "시·도당은 말 그대로 의결만 할 뿐, 각 지역의 세세한 상황까지 모두 파악하기 어려워 당협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에 "후보자들이 결국 당협위원장에게 잘 보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후보자 추천 방식 및 자격 심사 과정에서 관할 당협위원장과 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이 과정에서 당협위원장 평가 점수 '20점'이 실질적으로 당락을 좌우한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B 원외 당협위원장은 "100점 만점 중 20점이면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은 아니지만, 후보자들의 스펙이 대체로 높고 비슷해 나머지 점수가 대동소이한 상황에서는 이 20점이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협위원장이 직접 공천을 좌우한다기보다, 그 평가 점수가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갑 지역 시·구의원에게 공천헌금을 수수한 의혹이 제기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A 보좌진은 "'정말 열심히 활동했는데도 당협위원장 한마디에 공천을 못 받을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선거철마다 나온다"고 전했다.

이에 후보자들이 당협위원장에게 '알아서 잘 보여야 하는' 구조가 각종 청탁과 관행을 낳는 근본 원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C 보좌진은 "알아서 잘 보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과잉 충성 경쟁이나 눈치 보기가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관행'이 굳어졌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그는 "다른 당협도 다 비슷하게 하는데 우리만 안 한다고 하면 눈 밖에 나는 것 아니겠나"라며 "당협 차원에서도 안일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외부 검증 강화나 정량 평가 확대 등 공천 구조 개편 필요성도 제기된다. 그는 "객관적인 기준을 도입해 보다 수치화된 평가로 판단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서울시당 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서울특별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신년 떡케이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다만 당협위원장 역할을 완전히 축소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B 당협위원장은 "시당 차원에서 개별 지역의 활동과 평판을 모두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결국 당협위원장의 의견을 참고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력이 화려하더라도 지역에서의 평판이나 실제 활동은 다를 수 있어 이를 반영하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당원 행사 참여 횟수' 등 활동 실적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는 "물리적 수치를 들이대면 탈이 생기지 않는다"며 "당원을 몇 명 모집했는지, 민원을 몇 건 처리했는지, 현역이라면 조례를 얼마나 발의했는지 등을 수치로 평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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