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정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돈봉투 제공' 의혹에 휩싸인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를 하루 만에 제명하며 전례 없는 속도를 보였다. 과거 소속 의원들의 돈봉투 의혹 당시 '무죄 추정'을 내세우며 신중하게 대처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정부패 의혹을 엄벌하겠다는 당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당내 기강을 다잡으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1일 오후 지역 시당위원장들에게 대리기사 비용 명목으로 돈봉투를 건넨 의혹을 받는 김 지사에 대해 만장일치로 제명을 의결했다. 당 지도부는 윤리감찰단에서 현장의 전북 당직자들과 함께 내용을 파악한 뒤 명백한 불법 상황이 있었다고 판단해 당적 박탈 결정을 내렸다.
김 지사는 지난해 11월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식당에서 지역 시·군 의원들과 전북도당 청년 20여 명과 함께 식사를 하고 돈이 든 봉투를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봉투에는 각각 2만 원, 5만 원, 10만 원씩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이 불거지자 김 지사는 지역 청년들에게 준 대리기사 비용이었고, 다음 날 모두 회수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제보를 받은 민주당은 곧바로 윤리감찰단에 긴급 감찰을 지시했다. 결국 당일 저녁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제명을 의결했다. 의혹 제기부터 제명까지 단 하루 만에 이뤄진 전격적인 조치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김 지사 주장대로 일부 금액을 회수했더라도) 법정에서 정상 참작 사유가 될 수 있을 뿐 금품 살포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냉정한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런 기조는 공천 원칙에서도 드러난다. 민주당은 이번 6·3 지방선거의 공천 기준으로 억울한 컷오프·부적격자 공천·낙하산 공천·부정부패 공천이 없는 '4무(無) 공천'과 가장 민주적인 시스템 공천, 가장 공정한 당원 주권 공천, 가장 투명한 열린 공천, 가장 빠른 '4강(强) 공천'을 내세운 바 있다.
이번 '초스피드 제명'은 과거 사례와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2023년 윤관석·이성만 전 의원의 돈봉투 의혹 당시 민주당은 즉각적인 징계 대신 수사 상황을 지켜보는 신중론을 택했다. 또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부결을 주도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결국 두 의원이 자진 탈당하는 데까지는 약 3주가 소요됐다. 최근 윤 전 의원이 무죄 확정 이후 복당한 선례가 있음에도, 이번에는 의혹 제기 하루 만에 제명 조치가 내려진 점은 뚜렷하게 대비된다.
물론 돈봉투를 받은 것과 줬다는 점과 명확한 증거가 공개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부정부패 의혹이라는 점에서는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은 같다. 민주당이 공정한 공천 원칙을 강조한 만큼 선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강한 조치를 통해 당 기강을 다잡으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과거 돈봉투 의혹 때와 비교하면 이번 대응은 분명히 빨랐다"며 "당시에는 이번처럼 동영상 등 비교적 명확한 증거가 바로 제시된 상황이 아니었던 만큼 사안의 충격파를 다르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인 만큼 당이 도덕성 검증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며 "이 같은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과거 돈봉투 의혹으로 인한 학습효과가 이번 '초스피드 제명'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과거 돈봉투 의혹으로 당이 큰 타격을 입었던 학습효과가 작용한 것"이라며 "이 같은 사안을 그대로 둘 경우 자칫하다가는 당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신속하게 정리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