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이정현만 보이는 국힘…선거 패배 공식 재현되나


'마이웨이' 이정현-'갈등 침묵' 장동혁
당내 "후보 네임벨류 깎아내려" 비판
2018년 지선·2016년 총선 '참패' 유사하단 지적

장동혁 대표와 이정현 공관위원장의 주목도가 6·3 지방선거 후보들의 존재감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경상북도지사 예비경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에 '주객전도'의 경고등이 켜졌다. 선거판의 주인공이 돼야 할 후보들의 존재감은 가려진 채 장동혁 대표와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만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의 과도한 존재감이 후보를 집어삼켰던 과거 '선거 참패'의 역사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 공관위 심사가 진행될수록 내부 진통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정현 표 공천 방침'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를 중재해야 할 장 대표마저 방관하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지방선거 체제가 본격화하면 중앙당 지도부는 후보들을 뒷받침하는 '조연'으로 물러나기 마련이다. 지역별 고유 현안과 후보자의 비전이 유권자의 선택 기준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애초 장 대표의 강경 행보를 둘러싸고 리더십 논란이 일었을 때도 '선거 체제에 돌입하면 지도부 이슈는 자연스레 잦아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의 상황은 이같은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후보들의 면면이나 정책 공약보다는 장 대표의 메시지와 이 위원장의 공천 원칙을 둘러싼 당내 갈등만이 연일 부각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중앙당발 이슈가 선거 판세를 덮어버리면서 민심을 파고들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는 토로가 터져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장 대표와 이 위원장이 후보들의 가치를 끌어올리기는커녕 공천 갈등으로 후보 네임벨류 자체를 깎아내리고 있는 형국"이라며 "지금은 후보를 조속히 확정하고 그들을 돋보이게 할 판을 깔아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과거 지도부 리스크가 불러왔던 참패의 비극이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이는 국민의힘 전신 정당들의 과거 패배 양상과 유사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지방선거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홍준표 대표의 강경 발언 등 중앙당발 이슈가 선거판을 덮어버렸다.

홍 대표는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위장 평화쇼'라고 평가하며 선명성을 강조했지만 민심은 싸늘했고, 사퇴와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 청원이 올라오는 등 역풍까지 불었다. 결국 후보들의 인물론은 중앙당의 거친 언행과 정쟁 프레임에 묻혔고, 일부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당대표 지원 유세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는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완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6년 총선 역시 중앙 정치에서 발생한 갈등이 선거 패배로 이어진 사례로 꼽힌다. 당시 새누리당은 김무성 당 대표와 이한구 공관위원장 간의 공천권 갈등,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 논란과 '옥새 파동'이 당 내홍을 격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의 개인적 경쟁력이나 정책 비전보다 계파 간 권력 투쟁이 부각되면서 중도층의 이탈을 불러왔고, 더불어민주당에 원내 제1당 지위를 내어주며 참패했다.

국민의힘이 과거의 패배 공식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장 대표와 이 위원장이 뒤로 물러나고, 후보들이 돋보일 수 있는 무대를 설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도부 리스크'가 후보들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현재의 구도가 깨지지 않는 한 이번 선거의 승리 가도 또한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엄경영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공천 과정에서는 늘 잡음이 있다 보니 당대표와 공관위원장 중심의 이슈 형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현재 당 지지율이 낮은 상황인 만큼, 후보 개개인을 부각해 지지율을 견인할 전략적 고민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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